[데스크라인]'비전 대결'이 표심 가른다

대통령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각 당의 관심이 지지율에 쏠리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기관과 언론에서 밝힌 지지율 추이에 각 당의 선거캠프도 일희일비하는 모습이다.

이달 들어 지지율 추이를 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양강 구도 속에 안철수 후보가 10% 안팎의 지지율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설 이후 첫 번째 4자 TV 토론 이후 나타난 지지율 판도는 윤 후보가 앞섰다는 게 대체적인 여론조사의 흐름이다. 그렇다고 확실하게 상대를 압도하는 격차는 아니다. 오차 범위 안팎의 박빙 승부가 전개되고 있다.

이런 지지율 판도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여론조사의 신뢰성 문제보다는 응답률 때문이다.

최근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지상파 방송의 여론조사 응답률은 MBC 25.6%, SBS 23.3% 수준이다. 지상파 TV가 아닌 종합편성채널이나 신문 등 다른 매체에서 조사한 응답률도 20% 안팎에 그친다. 그야말로 전체 투표자 열 명 가운데 두세 명이 후보자를 선택한 꼴이다. 선거를 20여일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유권자들은 후보자 선택 방향을 정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여론조사가 중도층 표심을 미래 투표 결과로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도 있다. 우리나라 여론조사만의 문제도 아니다. 여론조사의 실패로 언급되는 지난 2016년 11월 8일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가 대표적이다. 당시 미국 여론조사기관과 언론은 너나없이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당선을 예측했다. 선거 막판까지도 UPI, 이코노미스트, ABC·워싱턴포스트, 로이터, CBS·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대부분 언론과 여론조사기관이 힐러리의 승리를 장담했다. 친공화당 성향으로 분류하는 '폭스뉴스'조차 힐러리의 오차 범위 밖 승리를 점쳤다. 하지만 결과는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로 끝났다. 주별 선거인단 전체를 승자가 독식하는 미국 간선제 대통령 선거에서 언론과 여론 조사기관들이 '샤이 트럼프' 현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2016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제조업이 한때 활황을 이뤘던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러스트 벨트' 3개주 주민들의 마음을 잡은 것이 크게 작용했다.

마티아스 폴번 미국 밴더필트대 정치경제학 교수는 “후보자들은 중간적 경제 선호도를 가진 유권자에게 정말 원하는 정책을 제안하면 선거에서 승리한다”고 했다. 스윙보터가 사회주의적 성격을 가지면서도 동시에 경제적으로 자유주의자일 공산이 높다는 점에서다.

결국 경쟁 후보자들 사이에서 사실상 무관심한 유권자의 이익을 수용할 수 있는 명확한 동기가 있는 정치인이 승리한다는 얘기다. 트럼프가 '위대한 미국'을 외치며 제조업 부활의 목소리를 높인 것이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 3개 주 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인 셈이다.

우리나라 대선에도 적용될 수 있다. 현재 대선판 구도는 '정권교체'와 '정권재창출'이란 프레임에 갇혀서 정책대결이 보이지 않고 있다. 어느 후보도 정권을 잡으면 5년 후 사회와 경제가 어떻게 변화할지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하고 있다. 정권을 잡은 이후 자리 배분과 자당 이익에만 관심을 둔 탓이다. 하지만 유권자 대부분은 정치인들의 자리다툼에 관심이 없다.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내 호주머니가 어떻게 변화할지, 사회·경제가 얼마나 안정될지에 관심을 둔다. 이게 바로 정책 선거를 하는 이유다.

11일 저녁에 치러지는 대선후보 4자 TV 토론은 중도층 표심의 향배를 가를 분수령이 될 공산이 높다. 대선후보들은 이제 서로 과거와 가족을 비방하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유권자는 누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적임자인지 판단하고 후보자를 택해야 할 때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Photo Image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