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저평가 SW, SaaS가 성장 기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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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희 유라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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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에 많은 부분을 변화시킨 코로나19. 누군가 “이 시기에 국내 소프트웨어(SW)산업이 놓치고 있는 것이 있는가”라고 질문한다면 “SaaS”라고 답할 것이다. 비대면 서비스, 플랫폼 경제가 성장하고 근무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기존의 온 프레미스(On-premise) 형태의 소프트웨어 산업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즉 Saas(Software as a Service)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게 됐다. 사실 SaaS가 시장에 모습을 내민 것은 오래전 일이다. 코로나 19로 급변한 글로벌 IT 산업에 따라 국내 SW의 SaaS 전환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사업 모델이 됐다. 그럼에도 국내 SW기업 다수는 아직도 온 프레미스 판매 방식을 고수한다.

글로벌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스태티스타는 세계 SaaS 시장 규모를 2022년 1719억달러(205조1630억원)로 예측했다. 이는 5년 전 588억달러(70조1780억원)보다 약 192% 성장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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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SaaS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측할까. 바로 SaaS가 국내 SW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주인공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국내 SW산업은 SI 위주의 소프트웨어 판매, 저가 수주, 무리한 인건비 삭감, 개발자 구인난과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기업이 너도나도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며 개발자를 모셔 가는 입장에서 참으로 안타까운 구조일 수밖에 없다.

SaaS 탄생 이전의 기업은 SW를 구매하고 사용하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돈을 지불해야 했다. 그마저도 유지·보수나 신규 버전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추가 비용이 수반됐고, SW를 사용하기 위한 환경적 제약도 상당했다.

하지만 이제는 SaaS가 있기에 유지·보수와 버전 업을 위해 별도의 인프라와 비용 지출, 인력이 필요하지 않게 되면서 비즈니스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엄청난 경제성과 편의성이 제공된 것이다. 기업은 모든 것을 일일이 구매, 구축할 필요 없이 필요한 기능을 제공하는 SaaS를 간편하게 구독하면 된다.

개발사는 개발자 부족 현상에서 벗어난다. SI사업으로 프로젝트마다 여러 명의 개발자를 투입할 필요 없이 제품 기술 강화에만 힘쓰면 된다. 효율적인 인력 운용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영업이익을 낼 수 없는 무리한 저가 수주도 사라진다. 이로써 SaaS가 오랜 기간 국내 SW 산업에 뿌리내렸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대표 SaaS 성공사례 기업은 '세일즈포스(Salesforce)'다. 창업자 마크 베니오프는 자사 고객관계관리(CRM) 솔루션을 사용하기 위해 고객이 많은 시간과 비용을 소모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해서 소프트웨어를 임대한다는 캠페인으로 1999년에 서비스형 소프트웨어를 선보였다. 우려와 달리 시장 반응은 성공적이었다. 이후 발 빠른 시장 대응력으로 충성고객을 늘렸고, 반복 매출이 일어나며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다졌다. 세일즈포스의 현재 기업 주가는 223달러로, 5년 전과 비교해 185.17% 상승했다. 과감하게 변경한 비즈니스 모델이 기업 가치 상승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아쉽게도 아직 국내 SW 산업에는 세일즈포스와 같은 두드러진 성공사례는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 SW 시장 중 SaaS 시장 규모는 16.9%로, 글로벌의 31.9% 대비 낮은 수준이다. 이는 관련 지식을 보유한 인재가 부족하고, 시장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변환하는 데 부담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민간시장 활성화를 위해 이제는 공공시장이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초기시장 창출에 리더십을 보여야 할 때다. 단순히 SaaS 전환을 위한 비용 지원을 넘어 정확한 수요 예측과 인식 개선, 불필요한 행정적인 절차를 없애는 등 제도적인 정리가 필요하다.

IDC와 시스코가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코로나 19가 비즈니스의 디지털화 속도를 높였냐는 질문에 69%가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SaaS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조직, 기업문화, 업무 방식 등 많은 게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변화 뒤에는 지금과 다른 새로운 기회가 펼쳐져 있다. 누군가에게는 변화가 획기적 도약과 성장의 전환점이 될 것이다.

20세기 초 미국 사회의 성장을 이끈 주역이자 제네럴 모터스의 최고 엔지니어인 찰스 케터링(Charles F. Kettering)은 “세상은 변화를 싫어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유일하게 진보를 가져왔다.”고 한 것처럼 우리나라 SW기업이 새로운 변화 시기에 기회를 잡아 글로벌 SW 강대국이 되기를 희망한다.

조준희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유라클 대표) jhjoh@sw.or.kr

<필자>조준희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회장은 2001년 유라클을 창업하여 21년간 대표이사로 있는 소프트웨어(SW)기업가이다. 지난해 2월부터 법정단체인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의 18대 회장이 되면서 소프트웨어(SW)산업 발전과 생태계 개선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벤처기업협회 부회장, 컴투스홀딩스 사외이사, 재단법인 이노베이션아카데미 이사, 대통령직속 한국판뉴딜정국자문단 부단장을 역임하며 SW산업 발전과 디지털뉴딜 정책 수립을 위해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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