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영국 팹리스 ARM 인수 계획을 철회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26일 블룸버그통신은 엔비디아가 ARM 인수 계획을 철회할 준비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는 지난 2020년 9월 일본 소프트뱅크와 ARM을 약 400억달러(약 48조원)에 인수하는 데 합의했다. 블룸버그는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엔비디아가 주요 협력사에 ARM 인수가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당국의 인수 승인 절차에 거의 진전이 없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는 ARM 매각이 불발되면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IPO)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ARM은 세계 모바일 칩 디자인 시장에서 90% 점유율을 확보한 기업이다. 다양한 기업에 합리적 라이선스 가격으로 지식재산권(IP)을 제공하면서 시장 주도권을 확보했다. 각국 정부와 기업은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하면 엔비디아 중심 공급 정책으로 전환할 수 있어 시장 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규제 당국과 삼성전자, 퀄컴, 애플 등 주요 기업이 거세게 반발하는 이유다.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미국, 영국, 중국, 유럽연합(EU) 당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EU 유럽위원회는 작년 10월 독점금지법에 근거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유럽위는 늦어도 오는 3월 15일까지 조사를 마치고 인수 인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지난해 12월 독점금지법에 따른 인수 금지를 요구하며 소송에 나섰다. 엔비디아가 ARM을 통해 경쟁사 개발 계획을 파악하면 건전한 시장 경쟁 질서가 깨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송은 오는 9월 개시될 전망이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