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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도 대선판을 가로지르는 신산업 키워드는 단연 '디지털 전환'이다. 거의 모든 후보가 디지털 전환을 차기 정부의 성장동력으로 삼아 신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그린다. 주력 핵심기술로 언급되는 인공지능(AI), 메타버스, 차세대 통신, 미래차 등도 결국 디지털 전환이라는 큰 범주에 포함됐다.

돌이켜보면 디지털 전환은 이번 대선만의 이슈는 아니다. 컴퓨터와 인터넷 보급으로 아날로그 시대가 종식되면서 디지털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녹색성장, 창조경제, 소득주도성장 등 그동안 역대 대통령들이 강조해온 성장 원칙은 달랐지만, 그 원동력은 디지털 기술 발전에 기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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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 동력으로 디지털 전환을 내세우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형식적으로는 두 후보가 디지털을 전면에 내세우지만, 그 배경을 따져보면 다른 화두를 던지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특히 2년여에 걸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시대가 빨라지고, 디지털 중요성이 커진 영향이 컸다.

그동안 공약 발표 등을 통해 두 후보가 언급한 신산업 분야가 그다지 차이를 보이지 않는 점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이 후보는 '대통령 빅(Big) 프로젝트'로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우주항공, 스마트모빌리티, 차세대 전지, 시스템·지능형 반도체, 탄소자원화, 바이오헬스 등을 꼽았다. 윤 후보의 경우 아직 정식 공약으로 핵심 육성 산업 계획을 발표한 바 없지만, AI, 차세대 컴퓨터·통신·반도체, 미래모빌리티, 지능형 바이오헬스, 지능형에너지솔루션 등을 강조하고 있다.

양 측 모두 거의 동일한 분야를 신산업으로 주목하는 셈이다. 대규모 투자와 민간 참여 클러스터 등 지역 거점 조성, 혁신인재 양성 등 육성 방식도 대동소이하다. 그나마 에너지 분야에서 원자력 발전소를 대하는 입장 정도가 다를 뿐이다.

문 정부가 지난 5년간 추진해 왔던 신산업 정책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문 정부 초기 산업기술정책 주요 키워드는 △4차 산업혁명 △사물인터넷(IoT) △스마트 제조업 △스마트 도시 △신재생·수소에너지 등이다. 이후 △시스템 반도체 △미래차 △바이오가 '문 3대 산업'으로 일컬어졌으며, 지금은 디지털과 그린을 두 축으로 하는 한국판 뉴딜을 강조한다. 한국판 뉴딜의 핵심은 △데이터 댐 △AI정부 △디지털 트윈 △스마트 그린산업단지 △그린 리모델링 △스마트 의료 인프라 △미래 모빌리티 등이다. 명칭만 다를 뿐 지금 대선후보들이 언급하는 디지털 전환과 개념은 같다.

일자리 공약은 두 후보 모두 문 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했다. 문 정부가 공공 중심 일자리 확대 정책을 폈다면, 이 후보와 윤 후보는 이보다는 민간 중심 신규 일자리 창출을 강조한다. 현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실패했다는 평가다. 초기 야심차게 선보였던 일자리 상황판은 사라졌고, 정규직 전환 이슈는 이른바 '인천국제공항' 사태로 공정 논란을 야기했다. 문 대통령 임기말에도 일자리 부족 문제는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정작 양 후보가 언급하는 일자리 대책에는 두드러지는 특징이 없다. 전체 골조는 기존 산업 융합과 신산업 육성을 통해 신규 일자리를 만들고 성장과 혁신의 과정에서 소외되는 계층을 위한 사회형 일자리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미 한국판 뉴딜에서 언급된 바다. 디지털 전환과 성장에 따른 소외계층 돌봄과 이를 통한 공공일자리 확충은 한국판 뉴딜의 또 다른 축인 '사회안전망 강화'를 그대로 빼다박았다.

산업계에서는 특정 산업기술의 육성 계획보다는 해당 분야에서 이미 제기된 문제점 해결에 초점을 맞추는 공약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부와 대선후보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미 시장은 디지털 전환으로 흐르고, 민간 업계는 혁신을 진행 중인 만큼 규제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플랫폼 업계 한 관계자는 “대선후보의 신산업 공약이 너무 큰 담론만 언급되다 보니 산업계 입장에선 이를 받아들이는 현실감이 없다”며 “디지털 전환 관련 기존 법·제도와 사업자간의 갈등 조정 및 규제 형평성 문제에 대한 입장부터 내놔야 한다”고 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