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 대선 후보가 연일 '생활밀착형' 공세에 나섰다. 기존 대선에서 다뤄온 경제민주화, 적폐 청산 같은 거대 담론은 보이지 않는다. 이 같은 변화는 계층 간 양극화가 심화와 함께 여야 후보 모두 각자 '이미지 창출'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화제가 됐던 '탈모 치료 건강보험 적용 확대' 공약을 공식 발표했다. 벌써 46번째 소확행 공약이다. 이 후보는 “탈모인이 겪는 불안, 대인기피, 관계 단절 등은 삶의 질과 직결되고, 일상에서 차별적 시선과도 마주해야 하기에 결코 개인 문제로 치부될 수 없다”며 건강보험 적용을 공약했다.
소확행 공약 대상 집단도 폭넓다. 청년층을 향해선 △2027년까지 병사 월급 200만원 △가상자산 과세 1년 유예 △청년면접 지원 서비스 도입 △e스포츠 산업 발전 육성방안 △상병수당 도입 △병사 월급 인상 등을 쏟아냈다. 일반 국민을 위해선 △반려동물 진료비 표준수가제 △휴대폰 안심 데이터 무료제공 △주가조작 근절 △불법 사무장병원·면허대역약국 근절 등을 발표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역시 '석열씨의 심쿵약속'을 연일 발표했다. 지난 14일에는 아홉번째 시리즈로 수능 응시수수료와 대학 입학전형료에 세액공제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개인이 매년 내는 세금에서 수능 응시수수료와 대학 입학전형료에 드는 비용을 빼준다는 것이다. 소득세법 및 시행령에서 세액공제 규정 항목에 수능응시료와 입학전형료를 추가할 계획이다.
윤 후보는 이 외에도 △병사 월급 200만원 △전체 이용가 게임물의 본인인증 절차 폐지 △택시운전사 보호칸막이 설치 △주세(酒稅) 수입의 10% 음주운전 예방 활용 △반려동물 쉼터 확대 등을 발표했다.

마이크로 정책인 '생활밀착형' 공약이 대세를 이루는 데는 양극화가 심화되는 사회적 현상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있다.
민주당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G5나 5만달러 시대 달성 같은 거대 담론도 물론 필요하지만, 더 이상 국민 삶에 잘 와닿지 않는 시대가 됐다”며 “지난해 대기업 수출호재 등으로 국내총생산(GDP)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증가했지만, 체감경기는 그렇지 못하고 양극화는 심화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1인당 GNI는 3만5000달러를 넘어섰고, GDP는 처음으로 2000조원을 웃돌았지만 이 같은 혜택은 소수에게 돌아갔다는 평가다. 코로나19 지속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삶은 팍팍해지고, 청년층 역시 취업에 고통받는 상황이다. 양극화 현상 심화로 '어떤 대통령이 내 삶에 도움을 주는지'를 국민들이 판단한다는 해석이다.
거대 담론이 사라진 또 다른 이유는 여야 후보 모두 신선한 이미지 창출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거대 담론은 실현 여부를 떠나 후보 이미지 강화를 위해 나오는 것”이라며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현대건설 출신과 토목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4대강' 공약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이재명·윤석열 후보는 둘 다 이미지가 없기 때문에 후보를 강화할 이미지 창출에 실패했다”며 “그래서 거대 담론을 끄집어 내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또 생활밀착형 공약 남발을 두고 “희귀병을 앓는 사람보다 탈모약 적용 인구가 더 많다. 병사가 공무원이나 군무원보다 더 많다”며 “공약에 적용되는 타깃 인구수를 생각해서 얼마나 타깃층이 혜택을 보는지 계산해서 나온 공약들”이라고 평가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