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금융위원장이 “멀리 있던 회색코뿔소'가 가까이 다가오기 시작한다”며 “지난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총량 규제에 주력했다면 올해는 시스템 관리에 힘을 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13일 고 위원장은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경제·금융 전문가 간담회'에서 “회색코뿔소로 비유되던 잠재 위험들이 하나둘씩 현실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금리인상과 양적긴축, 끝나지 않은 코로나19 상황, 중국 경기 둔화 등이 한국 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고 위원장은 “먼저 가계부채 관리 안정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융권의 협조로 강도 높은 가계부채 관리를 추진해 역대 최고치를 연달아 갱신하던 대출증가율과 집값 상승률이 둔화됐다”고 평가했다.
고 위원장은 “지난해 강도 높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총량 규제에 주력했다면 올해는 가계부채 시스템 관리에 초점을 맞추겠다”며 “차주단위 DSR적용 확대 등 시스템에 기반한 가계부채 관리를 기본틀로 하며 총량규제는 실물경제, 금융시장 상황 등을 조합적으로 고려해 탄력 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긴축전환 과정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취약차주 분들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문제가 있다”며 “코로나에 따른 영업환경 악화로 지난 2년간 개인사업자대출이 가파른 증가했고, 많은 사업자분들이 가계대출도 함께 받아 필요한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로 인한 영업타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통화긴축에 따른 금리상승까지 더해지면 이분들의 대출 부담과 부실화가 우리 경제의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며 “금융시장으로 증폭·전이되지 않도록 다양하고 효과적인 금융지원 방식을 깊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리스크 관리 강화도 당부했다.
고 위원장은 “잠재리스크를 과소평가해서는 결코 안될 것”이라며 “글로벌 긴축전환, 코로나19 금융지원조치 종료 등 예상되는 충격을 충분히 감안해 대손충당금 등 손실흡수능력을 훼손하지 않고 위기대응여력을 차질없이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