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났습니다]조범구 시스코코리아 대표 "혁신 국가 한국, 디지털 네이티브 거점될 것"

올해 통합 관제·기업 계약 등 사업 확장 추진
K-배터리·스타트업 투자로 지속 성장 모멘텀
전 세계 공장을 국내서 원격 관리하는 게 핵심
본사와 함께 韓정부 디지털 뉴딜에 힘 보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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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김승규 통신미디어부장

“한국은 땅덩어리나 시장 규모는 작지만 혁신 속도가 정말로 빠른 국가입니다. 우리나라 기업이 위험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새로운 기술이나 혁신을 받아들이는 역량은 세계 그 어느 곳보다 앞서 있다고 봅니다. 지난 성장을 바탕으로 인력을 적극 충원하고 신규 시장을 개척해 국내 산업계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겠습니다.”

조범구 시스코코리아 대표는 게임과 이커머스 등 디지털 스타트업이 높은 성장성에 비해 내부 정보통신(IT) 인프라와 시스템은 상대적으로 체계화돼 있지 못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제2의 벤처붐이라 불릴만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디지털 네이티브'에 새로운 기회와 동력 창출을 돕기 위해 시스코 본사 차원에서 인력과 예산 지원을 유치했다.

조 대표는 “한국이 디지털 네이티브 프로그램 거점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한 전담팀 운영을 통해 디지털 스타트업과 협력을 확대하고 시스코 본사와 글로벌 시장으로 성공 모델을 확산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 해 매출만 60조원 규모에 이르는 시스코는 무선 인터넷, 스위치, 네트워크 보안 등 여러 분야에서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며 네트워크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초기 라우터와 스위치 등 네트워크·정보통신 장비를 기반으로 시작해 최근 하드웨어(HW) 기업에서 소프트웨어(SW) 기업으로 전환에 성공했다.

기존의 공공 기반 시설, 애플리케이션, 보안 중심 사업 구조에서 SW·서비스 부문 비율을 보다 확대해 모두를 위한 포용적 미래를 준비한다는 목표다.

조 대표는 지난 5년간 공격적인 사업 구조 개편과 함께 꾸준한 매출 성장을 이뤄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도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과감한 경영 전략을 바탕으로 기록적인 성장세를 유지했다.

2022년 시스코코리아는 지속 성장을 위한 새로운 모멘텀 확보를 준비하고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 프로그램을 출범하고 한국형 클라우드 환경 구축과 스마트 팩토리 보안 솔루션 개발, 교육 분야 디지털 전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한국 정부 디지털 뉴딜 전환 가속화에 힘을 보탠다는 방침이다. 조 대표를 만나 시스코코리아의 비전과 사업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팬데믹은 위기인 동시에 성장 산업을 발굴하는 계기가 됐다. 네트워크와 비대면이 중요해진 사회가 시스코에도 기회로 작용했나.

▲처음 팬데믹이 왔을 때는 시장을 비관적으로 봤다. 재택근무가 늘면서 데이터 센터에 들어가는 장비와 기업 사옥에 들어가는 장비 등 수요 감소를 우려했다. 하지만 한국은 100% 모든 직원이 재택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일부는 재택하고 또 일부는 사무실로 출근을 하다보니 영상을 통한 원격회의가 늘고 관련 품질 개선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오히려 낙후된 사무실 네트워크 환경으로 영상회의 성능이 문제가 되면서 관련 투자가 굉장히 늘어난 측면이 있다. 또 과거에는 사무실에 모든 직원이 출근해 있어 네트워크나 인프라에 대한 전면적인 재정비가 어려웠지만 재택근무 확대로 사무실이 비어 있는 사이에 이를 추진한 사례도 많다. 그러다 보니 데이터센터 관련 수요도 늘었다.

재택과 사무실 출근이 혼합된 하이브리드 근무가 점차 자리를 잡으면서 보안 문제도 커졌다.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거나 집에 가서도 클라우드로 사내망에 접속하다 보니 다양한 보안 사고가 발생했다. 과거에는 보안 사고가 크게 나면 잠깐 관련 수요가 늘었다가 다시 잦아들었는데, 요즘에는 보안에 대한 요구가 상시화됐다. 네트워크 장비부터 웹엑스와 같은 협업 서비스, 보안 등 시스코 전 사업 영역에서 수요가 확대됐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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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시스코코리아 국내 실적은 어땠나.

▲전 세계 정보통신(IT) 회사가 고생했던 해가 작년이다. 특히 3·5·6월 경기가 안 좋았다. 그 와중에도 시스코 코리아는 긍정적인 성장을 했다. 시스코 회계연도는 물론 작년 한 해 전체로도 좋은 성과를 올렸다. 세계 각지에 진출한 시스코 전체에서 시스코코리아 성장률이 항상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 매출이 아닌 수주율로 치면 훨씬 더 높은 성과를 올렸다. 하반기에는 전년 대비 제품 수주가 33% 늘었다. 아마 공급망 문제가 완화됐으면 더 높은 성장률을 보였을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 시장에서 영업 자체가 글로벌 전체 영업보다 빠르게 진행됐다.

-한국이 특히 잘 되는 이유가 있다면.

▲시스코코리아는 영업팀이나 엔지니어팀이 굉장히 강한 편이다. 매출 규모에 비해 영업은 40여명 정도로 소규모다. 그리고 파트너사 에코 시스템이 우수하다. 긴밀한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파트너사 역시 발전을 거듭해 최근 대형 프로젝트 수주에 실패한 것이 거의 없다. 그만큼 우리 영업부서와 파트너가 고객 관리를 잘 해줬기 때문이다.

영업인력 수는 적지만 모두 전문가다. 고객경험(CX)팀이 영업 담당자와 함께 움직인다. 고객을 응대할 때 제품 전문가와 엔지니어 파트너까지 팀 단위로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코 시스템을 구현했다.

시스코 자체도 차별화된 제품과 솔루션이 많다. 시스코가 소프트웨어(SW)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하면서 구독 서비스 모델을 4년 전 처음 도입했다. 당시 경쟁사에서 헐뜯고 내부에서도 어렵지 않겠냐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시장 환경이 구독 모델을 받아들였다. IT 업계 맏형 역할을 하며 새로운 시장을 만든 것이다.

-새해 시스코코리아 사업 방향과 목표는.

▲올해는 시스코코리아 지속 성장에 중요한 해다. 먼저, 기존 HW 기업에서 SW 기업으로 전환을 더욱 가속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통합 관제(FSO:Full Stack Observability)와 같은 SW 중심 비즈니스 역량을 대폭 강화하고, 기업 계약(EA:Enterprise Agreement) 관련 사업도 확장할 것이다.

또한, 운영기술(OT)이라고 불리는 공장 등 제조 및 산업 분야의 보안과 IoT 관련 사업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그리고 국내에서 크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인 스타트업이나 K-배터리 시장 쪽에도 집중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에 지속적인 성장 모멘텀을 만들어 가는 것이 올해 큰 목표다

-본사 투자는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

▲우선 시스코코리아에 대한 인적 투자를 받는 게 가장 크다. 그리고 본사 차원의 국가 디지털 가속화(CDA)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각 나라에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도록 사회 공헌 차원에서 지원하는 투자금이다. 시스코코리아는 2년 전부터 투자 지원을 받아 광운대에 5G B2B 혁신센터를 만들고, 포스코ICT와 공장용 보안솔루션을 공동 개발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CDA 프로그램의 취지는 시스코의 직접 투자로 여러 기업, 정부 기관 등과 긴밀히 협력해 혁신 기술·솔루션을 개발하고 범국가 차원에서 디지털 전환을 적극 지원한다는 것이다.

-시스코가 보는 한국 시장 특징과 매력은.

▲반도체 분야는 한국이 글로벌 리더십을 가진 핵심 산업이다. 이제 반도체만큼 성장하는 분야가 바로 배터리다. 세계 10위 회사 가운데 중국이 6개, 한국 3개, 일본 1개다. 중국 회사는 내수시장을 충족하기에도 부족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도가 다소 부족한 측면이 있다. 그렇다 보니 많은 자동차 회사가 한국 배터리 회사를 선호한다.

현재 국내 3개 배터리 회사가 세계 각지에 신설 계획을 발표한 공장, 연구소, 사무실에 대한 소재지가 50곳이 넘는다. 시스코 입장에서는 모두 놓칠 수 없는 기회다. 국내 배터리 회사가 미국에 공장을 세우더라도 이에 대한 영업 담당은 시스코코리아다. 이런 부분이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스타트업 역시 주목하는 시장이다. 글로벌 벤더사나 IT 기업으로는 이례적으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하는 영업 계정도 새롭게 신설했다. 지난 1년 동안 시범 운영해보니 실적이 나쁘지 않았다. 그동안 높은 기업가치에도 체계적 IT 관리가 미흡했던 게임회사 등이 여기에 포함됐다. 이런 점을 본사에 어필해서 올해 하반기 새로운 회계연도에는 시스코코리아가 최초로 '디지털 네이티브' 어카운트를 신설해 영업 인력을 투입 예정이다. 한국이 전 세계 디지털 네이티브 분야 어카운트 본사 역할을 하는 것. 시스코코리아가 주도하고 인도에서도 따라오기로 했다.

-본사 차원에서 SW 회사로 전환을 선언했는데 또 어떤 변화가 있었나.

▲2016년 시스코코리아에 합류할 때만 해도 SW와 서비스 매출은 20% 정도에 불과했다. 당시 제시된 비전이 2020년까지 그 비중을 40%까지 늘리는 것이었다.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이듬해 고객(CX)팀 만들고 인수합병(M&A)하는 모든 솔루션이 SW였다. 지난해 회계 실적을 보면 이미 53% 이상을 SW와 서비스가 차지하고 있다.

지난 3분기(2021년 회계연도 기준 2-4월) 매출액을 기준으로만 보면 SW 기준으로 시스코가 세계 6위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SW업체를 다 제쳤다. 그리고 2021년 전체 회계연도 기준 SW 매출에서도 구독 모델을 이용하는 비중이 79% 정도로 굉장히 높다.

SW 구독 모델도 처음에는 시장에서 반발이 컸다. 하지만 구독이 주류로 자리잡은 현재 상황을 보면 시스코가 어려운 길을 항상 1~2년 앞서가면 경쟁사가 그 뒤를 따라오는 구도가 지속 반복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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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범구 시스코코리아 대표(오른쪽)와 김승규 전자신문 통신미디어부장.

-요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하는 기업이 많다. 시스코는 어떤 역할을 하는가.

▲시스코 제품 도입 자체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과정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미국 텍사스에 지어진 시스코 데이터센터는 엄청난 규모에도 현장 근무직이 딱 2명이다. 모든 관리는 원격 중앙관제로 이뤄진다.

국내 배터리 기업 등이 해외로 나가면 일단 사람이 많이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보안 담당 인력은 거의 못 나가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시스코는 전부 SW 기반이라 세계 각지에 공장이 100개가 있어도 모두 한국에 앉아서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다. 현지 공장에서 할 일은 전원을 넣고 선을 연결한다거나 카드를 교체하는 정도다. 물리적인 업무를 제외하면 모두 원격으로 가능하다.

해외 공장이나 자산이 많은 국내기업에 글로벌 오퍼레이션 매니지먼트 센터를 제안하려고 한다. 한국에 앉아서도 양질의 인력이 전 세계 공장을 운영할 수 있는 것, 그게 바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다. 꼭 전용 앱을 개발하고 모바일에 서비스를 올리는 게 다가 아니다.

아울러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과정에서 높은 보안성 역시 시스코가 자신하는 분야다. 네트워크 장애는 90%가 인재다. 명령어 하나 잘못 입력해서 생기는 사고가 대부분이다. 이를 자동화하면 장애 발생 가능성을 대폭 낮출 수 있다. 이제 네트워크 장비를 연결하면 이용자가 지닌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정보만으로 신원을 자동으로 확인하고 그에 맞는 보안 정책과 접근 권한을 설정해줄 수 있다. 이런 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회사가 70%가 넘는다는 것은 잠재고객이 그만큼 있다는 의미다.

-앞으로 우리 사회와 IT시장이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보나.

▲30년 이상을 IT 분야에 있었다. IT 발전이 너무 빠르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혁신은 아무도 저지할 수 없다. 인공지능(AI)이나 메타버스 등은 아주 초기 단계에 진입했지만 얼마나 발전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사는 모습, 일하는 모습이 엄청나게 바뀔 것이다. 보안 관제 분야만해도 이상 징후에 대한 로그가 한 달에 20만건씩 뜨는 것을 모두 확인하려면 관제요원 수십명이 필요했는데, 이제 AI 적용하고 머신러닝하면 5~6명이면 충분하다. IT가 발전할수록 기존 영역에서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하다. 새로운 업무를 다시 창출해내는 것 역시 기업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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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범구 시스코코리아 대표는…

정보기술(IT) 산업 분야에서 30년 이상 경험을 쌓은 대표 기술전문 경영인이다. 1989년 액센츄어에 입사, 첨단전자·통신산업 대표를 역임하고 중국 톰슨전자, 삼성전자 등 한국과 미국, 중국의 글로벌 기업을 두루 거쳤다. 첨단전자부터 통신산업, 무선산업에 이르기까지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망라하는 지식과 경험을 두루 갖춘 전문가로 손꼽힌다.

조 대표는 시스코코리아에 다시 합류하기 전 삼성전자에서 B2B 솔루션센터장 겸 무선사업부 B2B센터장, 글로벌센터 B2B 사업팀장 등을 맡아 모바일, 유무선 통합 등 B2B파트를 총괄했다. 2016년부터 시스코 본사 부사장 겸 시스코코리아 대표로 선임돼 시스코가 집중하는 디지털화 전략을 국내 산업과 시장에 맞게 구체화 시켜나가고 있다.

정리=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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