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vs넷플릭스 소송전 2라운드 "인프라 가치 주요 변수 될듯"

넷플릭스 "자체 망으로 트래픽 절감"
소송 전략 수정...OCA 인프라 강조
SKB "망 이용대가 지불 의무와 무관"

Photo Image
ⓒ게티이미지뱅크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와 망 이용대가 재판 2심에서 소송전략을 수정했다. 망 이용대가 개념자체를 부정하기 보다는, 자체 망을 통해 데이터트래픽 절감에 기여하므로 망 이용대가를 낼 수 없다는 논리를 강조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만을 위한 전용회선으로 제공한 망의 가치가 3년간 700억원에 이른다며 구체 수치를 제시하며 압박했다. 넷플릭스는 자체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인프라를 구축했을 뿐이며 SK브로드밴드가 국내에서 망을 운용하는데 필요한 비용과는 무관하다는 논리로 맞섰다.

23일 서울고등법원은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채무부존재 확인 및 부당이득반환 청구' 맞소송에 대한 병합심리를 결정하고, 첫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했다.

변론준비기일에 앞서 1심에서 패소한 넷플릭스는 채무부존재 확인소송 패소에 대한 항소이유서를 제출했고 SK브로드밴드는 부당이득반환청구 반소장을 제출하며 양측 기본입장이 드러났다.

항소이유서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소송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1심에서 '망 이용대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입증하는데 주력했다면 2심에서는 데이터 트래픽에 대한 기여도를 강조했다. 콘텐츠를 세계 주요거점에 미리 전송해놓는 오픈커넥트어플라이언스(OCA) 인프라를 세계적으로 구축했으며, SK브로드밴드가 OCA를 이용하면 데이터 트래픽을 절감할 수 있으므로 망 이용대가를 낼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넷플릭스는 항소이유서에 데이터 전송은 무료이며 유상 전송은 망 중립성에 어긋난다는 1심의 논리를 적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의 OCA는 자신들이 버라이즌·AT&T 등 글로벌 티어1급 통신사에 지불해야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망 이용대가 지불의무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넷플릭스 데이터가 국내 망 인프라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3년간 700억원에 해당하는 비용이 발생했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 인프라와 연결했으므로 데이터 절감과 무관하게 SK브로드밴드가 국내구간에서 소모한 망 구축·운영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논리다. 실제 국회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2018년 5월 국내에서 유발한 트래픽이 50Gbps였지만, 올해 9월 1200Gbps까지 약 24배 증가하며 통신사 비용부담도 그만큼 증가했다.

넷플릭스는 한국 SK브로드밴드 국사에 OCA를 설치하겠다고도 제안하며 무료 이용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SK브로드밴드는 같은 논리를 들어 거부했다.

양측 변론을 종합하면, 2심 재판에서는 '빌 앤 킵(Bill and Keep·상호무정산)'이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에 절감해주는 데이터 트래픽 가치와 망 이용대가가 유사하므로 상호무정산하자는 주장이다.

반면에 SK브로드밴드는 빌 앤 킵은 대등한 규모의 통신사 상호 간 이뤄지는 정산방식일 뿐이라서 통신사와 콘텐츠제공사업자(CP) 간에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 콘텐츠만을 위한 전용망을 현재로서는 무상으로 제공하는 상황에서 비용이 동등할 수가 없으며, 국내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정확하게 산정해 받겠다는 논리다.

SK브로드밴드는 법원에 망 이용대가에 대한 감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반면에 넷플릭스는 현재로서는 국내망 구간에 제공하는 경제적 가치를 제시하지 않았다. 법원 감정 결과 등이 양측 소송전 결과를 가르는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측 1차 변론기일은 3월 16일 진행될 예정이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