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3사, '거물급 경영진' 전진배치...리더십 맞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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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수석부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이 SK온 대표이사로 경영에 복귀하면서 'K-배터리 3사'가 나란히 부회장급 경영진을 갖추고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LG·삼성·SK가 이른바 '거물급'을 배터리 계열사에 전진 배치한 건 전기차 배터리를 그룹 핵심사업으로 키우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나타낸다. 3사의 리더십 경쟁도 뜨거운 관전 포인트로 부상했다.

SK온은 지난 17일 이사회를 열고, 최재원 SK 수석부회장을 사내이사·대표이사로 선임했다. SK온은 최 수석부회장이 성장 전략과 글로벌 사업을, 지동섭 대표가 경영 전반을 관장하는 각자 대표 체제로 재편됐다. 최태원 회장의 동생인 최 수석부회장은 SK의 배터리 사업 초기부터 각별한 관심을 갖고 배터리 사업 전반에 영향력을 미친 인물로 꼽힌다.

SK온은 올해 10월 독립 법인으로 출범했다.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확보, 글로벌 완성차 고객 확대 등 굵직굵직한 현안이 많다. 최 부회장 선임은 강력한 오너십을 바탕으로 빠른 현안 해결과 배터리를 조기에 그룹 주력사업으로 안착시키겠다는 포석이다.

최 수석부회장은 2013년 횡령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수감 당시에도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팀에 자필 편지를 보내는가 하면, 가석방 이후 배터리 관련 중요 행사에 거의 빠짐없이 참석하며 각별한 애정을 보여왔다.

SK온은 현재 40GWh 규모의 연간 배터리 생산 능력을 2025년 220GWh, 2030년 500GWh로 확대할 계획이다. SK온은 대대적인 투자금 확보를 위해 IPO에 속도를 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정치권에서 자회사와 물적 분할한 모회사의 동시 상장에 대한 규제를 논의 중이다. 한국거래소도 제도 개선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SK온의 IPO에 리스크가 불거진 상황이다. 최 수석부회장이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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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LG와 삼성 역시 거물급 인물을 발탁했다. LG에너지솔루션 새 대표이사를 맡은 권영수 부회장은 LG의 배터리 사업 성장을 주도한 인물이다. 권 부회장은 내년 1월로 예정된 LG에너지솔루션 IPO와 대규모 리콜 사태 이후 사업 재정비 등 이끌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IPO로 확보한 자금을 글로벌 생산 거점 확대에 투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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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호 삼성SDI 대표

삼성SDI도 최근 최윤호 삼성전자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발탁하며 사업 확대를 예고했다. 최 사장은 이재용 부회장의 신임을 받는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전략 기획통으로 삼성SDI 사업 혁신을 몰아올 것으로 기대된다. 전임 전영현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경영에 힘을 보탠 것도 주목된다. 삼성SDI는 삼성전자를 제외한 삼성 계열사 중 유일하게 부회장급 인사를 보유하게 됐다. 삼성SDI의 그룹 내 입지 향상과 사업 확대 의지를 드러내는 것으로 분석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경쟁이 본격화하는 시기에 국내 3사 모두 인사와 조직을 대대적으로 정비했다”며 “그룹 핵심 인물들이 일제히 포진한 만큼 투자와 기술 개발 등은 물론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과감한 사업적 시도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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