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삼성의 사업보국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미국 출장을 통해 6개월을 끈 신규 파운드리 입지 선정을 매듭지었다. 사법 리스크에 따른 오너 부재로 5년 넘게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이 멈춘 삼성의 시계를 재가동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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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출장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이 부회장은 최종 입지 선정에 앞서 워싱턴DC에서 백악관 핵심 참모와 연방의회 의원을 잇달아 면담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삼성 역할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는 등 '민간 외교관' 역할도 수행했다. 반도체 사업은 언제, 어디에, 얼마나 투자할지가 성패를 좌우한다. 그만큼 최고의사결정권자의 판단과 의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수십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는 전문경영인이 판단할 영역을 뛰어넘는다. 그룹 총수의 의지와 결단이 필요하고, 정확한 판단을 위한 현장 경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정부가 임시석방(가석방)을 이유로 제시한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 경제 상황과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한 고려'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캐나다를 시작으로 미국 동부에서 서부까지 횡단하며 백악관과 미국 의회 핵심 관계자들로부터 글로벌 기업 경영진 미팅, 삼성 선행 연구조직 방문 등 밤낮을 잊은 강행군을 펼쳤다. 해야 할 일이 많은 데다 국내 재판 참석 일정이 촉박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귀국해서 언급한 '냉혹한 현실'은 비단 반도체뿐만 아니라 모든 신사업 분야에 적용된다. 삼성이 반도체, 배터리,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미래 사업에서 '사업보국'을 실천할 수 있도록 나머지 족쇄도 풀어 줄 것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 부회장이 과거 이병철 선대회장 추도식에서 언급한 “사업보국 이념을 기려 우리 사회와 나라에 보탬이 되도록 합시다”라는 말대로 뜻을 펼치며 '뉴삼성'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줘야 한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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