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급난 불똥이 장비업체에도 튀었다. 반도체 수급난을 타개하려면 장비 시설투자를 늘려야 하는데 이마저도 어려워졌다. '칩 부족→장비 부족→칩 부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 셈이다. 장비업계는 반도체·배터리 장비 핵심 부품인 '프로그래머블 로직 컨트롤러'(PLC)를 구하지 못해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 PLC는 납품 기간이 그동안 가장 긴 8주였지만 최근 16주까지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 때문에 장비 생산과 납기 기간도 비례해서 길어지고 있다.
PLC 품귀 현상은 생태계 사슬을 거슬러 올라가면 마이크로컨트롤러(MCU), 아날로그 반도체 등 칩 생산 병목 현상에서 기인한다. 반도체 칩 부족이 부품 품귀로 이어지고, 산업 장비 리드 타임(발주부터 납품까지 기간) 지연으로 연결되고 있는 셈이다.
반도체 전공정에 쓰이는 웨이퍼 절단 장비의 경우 납기는 4개월에서 1년으로 3배 늘어났다. 후공정 패키지 장비는 납기까지 1년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만드는 ASML은 납기가 최대 2년 이상 길어지자 반도체 수급난을 호소하고 나섰다. 문제는 장비 납기시간이 길어지면 칩 수급난 타개 시점도 그만큼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반도체 생산량 확대를 위해 시설 투자에 나섰지만 장비 입고가 안 돼 신규 라인 가동을 차일피일 미룰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장비 가격도 수급난에 따라 최근 20~30% 인상되고 있다. 생산 비용이 커지면서 반도체와 완제품 가격 인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표> 산업 장비용 부품 및 부품 납품 기간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