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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경제혁신사업부장>

바이오벤처 창업과 투자 열기가 뜨겁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자료(2019년 기준)에 의하면 총 바이오 중소벤처기업은 3116개고 생존기업은 2496개다. 2020년도에만 299개 바이오 벤처기업이 신규 창업됐다.

바야흐로 바이오벤처 창업 시대다. 이러한 바이오벤처 창업 열기에 더불어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 규모의 벤처펀드가 결성됐고 바이오벤처투자는 2년 연속 1조원을 넘기기 시작해 투자 규모 역시 역대급이다. 코로나19 상황도 바이오벤처 창업과 투자를 막지 못하는 형국이다.

하지만 벤처투자자들은 한결같이 투자자금은 넘쳐나는데, 투자할 마땅한 기업을 찾기 어렵다고들 한다. 창업 속도가 투자조합 결성 속도를 못 따라오는 것이다. 투자할 자금이 부족하다면 몰라도 돈은 있는데 투자할 기업이 없다는 사실에 대해 우리는 고민해 봐야 한다.

어떻게 하면 투자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를 해결할 수 있을까. 당연히 창업을 촉진하는 정책을 체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정부에서는 그동안 창업을 촉진하기 위해 각종 창업보육시설 관련 인프라 확충을 통한 물리적인 창업 환경조성, 창업 소재 발굴을 위한 사업화 연계기술 개발(R&BD) 지원, 창업 프로세스 행정적 지원, 전문가 자문그룹 멘토링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런 지원에도 넘쳐나는 투자자금에 상응하는 바이오 창업을 보다 더 활성화하기에는 매우 어려운 상황으로 인식된다.

대한민국이 바이오 창업 강국으로 거듭나고 미래 성장동력을 바이오헬스산업에서 찾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지난 20년간 수행한 생명연 국내 바이오벤처 창업과 성장지원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K-바이오 스타트업 강국으로 가는 필요조건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넘쳐나도록 우수한 '창업아이템'이 발굴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이디어 창업과 달리 바이오 창업은 오랜 기간의 기초연구와 개발연구를 통해 축적된 지식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바이오 창업 특성을 고려한 창업 아이템 발굴전략이 필요하다.

정부 지원을 통해 수행된 국가연구개발사업 성과분석을 통해 우수한 기술을 조기에 발굴할 뿐만 아니라 국외로부터 창업 아이템을 들여와 창업할 수 있는 생태계도 조성돼야 한다. 최근 생명연에서 새롭게 도입한 것처럼 연구개발자가 직접 창업을 하지 않아도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한 외부 전문경영인에게 연구원에서 개발된 우수기술을 이전해 창업을 유도하는 '개방형 혁신창업'도 전략적으로 유효하다.

둘째 체계적인 '기획창업'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신약 개발 바이오벤처 기업 성장 과정은 대부분 표준화돼 있다. 바이오 창업 성공 여부는 제품 파이프라인 개발 과정에 달려 있으므로 창업 시 신약 개발 전 주기 관점에서 파이프라인의 개발전략을 방송작가가 시나리오 짜듯 '디자인'해야 한다. 디자인된 최종 제품의 높은 시장가치는 투자유치에 필수 조건이고 기업가치 상승을 가져오며 바로 의욕에 넘치는 인재를 끌어들이는 촉매가 된다. 바이오벤처는 그렇게 사전에 충분한 기획을 바탕으로 창업돼야 성공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예비창업자뿐만 아니라 사업개발자, 특허전문가, 투자전문가, 시장전문가 등의 협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셋째 '글로벌 창업'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020년도 국내 바이오 분야 기술수출은 13건(9개 기업)으로 전체규모는 10조1492억원이다. 그 원동력은 바로 바이오벤처다. 현재 바이오벤처의 비즈니스 모델은 임상 2상 이후 글로벌 마케팅이 가능한 다국적기업에 전략적 기술이전을 하고 미래 매출 수익을 공유하는 것이다. 혹자는 이런 바이오벤처의 수익 창출 모델에 비판적이나 세계 시장에서의 신뢰성과 경쟁력을 쌓기 위해서는 필수 불가결한 과정일 것이다. 따라서 바이오 창업은 우수한 창업 아이템을 기반으로 다국적기업과 전략적 협력관계 구축하고 세계 시장에서 가치를 창출하고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글로벌 창업'이 돼야 한다. 이스라엘이 창업 강국이 된 것은 미국 시장 진출을 전제로 창업되기 때문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 99.9%가 중소기업이고 이들 중소기업이 전체 종사자의 83.1%, 국내 기업 매출액의 48.5%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창업 강국 실현을 통한 일자리 창출 전략은 다른 정책 대비 가장 효과적인 정책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특히 높은 수준의 바이오 기술과 인력 중심의 바이오 창업은 미래 혁신성장을 위한 대한민국의 저력을 보여 줄 또 하나의 굴기가 될 것이다.

이홍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경제혁신사업부장 hwlee@kribb.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