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규제 개선' 연속성 확보해야

김부겸 국무총리가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주요 성과로 '규제 개선'을 꼽았다. 500여개의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한 것을 사례로 제시했다. 김 총리는 “규제 개선에서 성과도 있었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도 많다”면서 “다음 정권 과제로 개선해야 할 상황을 정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 정부의 규제 개선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규제 샌드박스를 과감하게 도입한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성과다. 인터넷, 바이오 등 미래 성장산업에서 새로운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는 계기가 됐다.

반면에 기업 현장의 온도는 다르다. 규제 때문에 기업하기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정부 부처와 간담회에선 '규제 개선' 요구가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다. 김 총리가 “여전히 부족하다”고 언급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규제 공화국'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등 7개 협회·단체가 연합한 '디지털경제연합'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규제 입법 속도는 선진국보다 8배나 빨랐다. 선진국이 규제 입법에 평균 4년이 소요되는 반면에 한국은 6개월 만에 속행 처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가 불러올 역효과에 대해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입법을 남발한 셈이다. 이러다 보니 사방이 규제의 벽으로 겹겹이 세워져서 기업이 옴짝달싹도 못한다는 비명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면에서 김 총리가 정리하고 있다는 '다음 정권 규제 개선 목록'은 눈길이 간다. 규제 개선은 정권 임기와 무관하게 끊김 없이 추진돼야 할 과업이기 때문이다. 원격의료와 같은 규제 개선 어젠다는 정권이 바뀌면 논의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다람쥐 쳇바퀴 돌기 식이면 규제 개선은 요원하다.

차기 정권이 이런 과오를 또 범하지 않도록 '규제 개선 목록'을 알차게 준비해야 한다. 이것 역시 현 정부의 가장 중요하면서도 마지막 규제 개선 노력이 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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