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로 일상생활에 제약이 커지고 고용 불안, 소득 감소 등을 경험하면서 불안·우울증·수면장애 등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코로나19와 우울증이 합쳐진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도 흔하게 쓰인다. 최근 영국 의학저널 '더랜싯'은 지난해 세계적으로 불안 증세 사례가 전년 대비 7600만건 이상 증가했고, 우울증 사례도 5300만건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정신건강 관리에 비대면 의료가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연구팀은 영국 프로젝트 사례, 전문가 인터뷰 등을 검토한 결과 비대면 정신질환 진료가 대면 진료와 유사하게 우울증 감소에 효과가 있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최근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정신건강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온라인 정신건강 관리 플랫폼의 세계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카본헬스는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정신건강 진료 서비스를 출시했다. 스웨덴 원격의료 스타트업 크라이는 정신건강 관련 인터넷인지행동치료(ICBT) 프로그램을 내놓을 계획이다. 명상 애플리케이션(앱) 헤드스페이스와 원격진료 서비스 진저는 합병을 통해 정신건강관리 전문업체를 설립하고 명상에서 정신과 치료에 이르는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비대면 의료가 활발한 외국과 달리 국내는 비대면 의료의 법적 근거조차 미흡하다. 의·약사 단체와 비대면 진료 서비스 기업 간 갈등도 잦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는 비대면 진료를 통한 전문의약품 오남용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마약류 의약품으로 분류되는 수면제 '졸피뎀'의 비대면 처방 건수가 대면 진료 처방 건수보다 최대 2.3배 많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산업계의 항변도 있다. 그동안 정신과를 찾기 어렵던 환자들에게 비대면 진료가 문턱을 낮추는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다. 코로나 블루로 심리치료 상담이 2배 이상 증가한 것도 처방 건수가 증가한 이유다. 대면 의료에서도 향정신성 의약품 오남용 문제가 상존했다는 지적이 있다.
일부 비대면 진료 서비스 기업이 부작용이나 오남용 우려가 있는 식욕억제제, 발기부전 치료제, 사후피임약 등의 손쉬운 처방을 홍보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다. 비대면 진료 허용 취지에도 어긋난다.
그럼에도 비대면 진료가 환자의 접근성을 높이고, 효과적인 정신건강 관리 대안을 제공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필요한 사람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정교한 가이드라인 마련이 중요하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