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원소재와 같은 웨이퍼 가격이 급등세다. 반도체 칩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가운데 전자, 자동차 등 완제품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최근 파운드리 병목 심화까지 겹쳐 제조업 전반의 생태계 불안이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반도체 업체에 따르면 8인치 기준 반도체 웨이퍼 구매가가 작년 대비 약 20% 상승했다. 일부 기업은 높은 가격에도 웨이퍼를 구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 1위 웨이퍼 업체 신에츠가 4월 20% 가격 인상을 발표한 여파다. 국내 유일 웨이퍼 공급업체 SK실트론은 장기계약 방식으로 당장 가격을 올리지 않았지만 재계약 시 인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반도체 회로 패턴을 새긴 공정 후 웨이퍼 가격도 20~30% 인상됐다. 반도체 칩 가격 인상은 수요 급증과 맞물려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파운드리 업체는 내년 상반기까지 예약 완료됐다. 내년까지 반도체 칩을 구하지 못해서 완제품을 못 만드는 사태는 이어질 수 있다. TV, 휴대폰, 자동차 등 완성품 가격 인상과 생산 차질이 우려된다.
전 세계적 '위드 코로나' 분위기 속에 원자재, 부품의 부족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 요소수 사태를 겪기도 했다. 미·중간 대립각이 선 상황에서 글로벌 공급망이 원활하지 않은 점도 있다.
정부와 산업계가 힘을 모아 중기 대비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반도체 중심 소재·부품·장비 공급 부족이 다른 산업의 위기로 확대되는 것을 최대한 막는 것이 중요하다.
주요 소부장의 글로벌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 하는 한편, 주요 국제 파트너와의 협업 관계도 보다 치밀하게 관리해야 할 것이다. 주요 수입품의 거래선 다변화도 필요해 보인다.
그렇다고 수비만 할 일은 아니다. 국내 반도체 기업과 소부장 중소기업 가운데는 최근 불거진 공급 불안에서 오히려 기회를 잡을 기업도 있다. 전략적 연구개발(R&D)과 거래처 확대를 통해 성장 기회를 모색하는 일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