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국가별로 자국 중심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매섭다. 또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과 이를 견제하려는 미국의 행보에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들썩인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핵심 생산 거점 중 하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위시한 메모리 반도체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만으로는 급변하는 반도체 시장에서 '강국'의 위상을 지키기 쉽지 않다.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려는 국가들처럼 강력하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갖춰야 한다. 이는 곧 반도체 생태계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같은 반도체 소자 업체뿐만 아니라 소재·부품·장비, 팹리스와 파운드리 등 반도체 산업 전체를 아우르는 견고한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반도체산업협회(KSIA)가 주관해 27일부터 29일까지 사흘 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제23회 반도체대전(SEDEX 2021)'은 우리나라 반도체 생태계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장이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전반을 한눈에 파악하며 강력한 반도체 생태계 조성 방법론을 점검하고 미래 청사진을 그릴 수 있는 기회다. 소부장부터 반도체 소자까지 반도체 전 영역의 혁신 기술을 만날 수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업계 최초 신제품 대거 공개'
올해 반도체대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필두로 반도체 소부장뿐 아니라 반도체 설계 관련 기업까지 대거 출동했다. 그야말로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구성하는 모든 분야의 기업이 나서 신기술과 서비스를 선보인다. 반도체 경쟁력의 핵심인 생태계 중요성을 일깨우는 만큼 반도체 대전에 참가하는 기업도 역대 최대 규모다. 237개 기업이 600부스를 꾸려 신기술과 신제품을 알린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핵심 축을 맡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사가 최근 선보인 다양한 '업계 최초' 기술과 제품을 선보인다. 삼성전자의 업계 최선단 14나노 극자외선(EUV) DDR5 D램이 대표적이다. 이달 양산에 들어간 해당 제품은 초미세 회로를 구현할 수 있는 EUV 노광 공정을 5개 레이어에 적용한 업계 최초 메모리다. 첨단 미세 공정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삼성전자의 기술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또 다른 업계 최초 제품인 2억 화소 모바일 이미지센서 실물도 만날 수 있다. 삼성전자가 9월 발표한 제품이다. 초소형 이미지센서 시장에서 삼선전자의 독보적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의 삼성전자 독자 기술인 MBCFET(Multi-Bridge Channel FET) 구조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다. 향후 반도체 전쟁의 핵심 기술이 될 GAA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차별화 전력을 파악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초고속 D램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군을 앞세웠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업계 최고 스펙의 D램인 HBM3 개발에 성공했다. HBM은 D램을 수직 연결, 데이터 처리 속도를 비약적으로 끌어올린 메모리로, SK하이닉스 HBM3 경우 1초에 819기가바이트(GB)를 처리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HBM D램을 출시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B2C 시장 경쟁력도 확인할 수 있다. SK하이닉스가 최근 선보인 소비자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제품을 통해서다. SK하이닉스는 업계 최고 수준 읽기·쓰기와 용량을 가진 SSD '골드 P31' 2테라바이트(TB) 제품을 반도체대전에 내놓으며 관람객 눈길을 사로잡을 계획이다.
◇소부장 기업 열전...반도체 생태계 핵심 플레이어로 도약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 공략의 선봉장이라면 이를 지원할 후방 부대는 소부장이다. 반도체 소부장 기업의 탄탄한 뒷받침 없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는 탄생하기 어렵다. 반도체 대전에서는 이들 소부장 기업들의 활약도 기대할만하다. 특히 외산 의존도가 높았던 제품의 국산화를 이끈 기업의 기술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다.
반도체 감광액 세정 장비 중 하나인 드라이스트립 시장 세계 점유율 1위인 피에스케이는 뉴하드 마스크스트립(NHM Strip) 장비를 선보인다. 반도체 회로가 미세화하면서 도입된 하드마스크 박막을 공정 후에 제거하는 장비다. 비정질탄소 등 기존에 쓰이지 않았던 소재를 제거할 수 있는 피에스케이의 앞선 기술력이 주목된다.
반도체 노광 공정 핵심 소재인 감광액(PR) 국산화 선봉장인 동진쎄미켐은 독자 기술로 개발한 반도체용 전자 재료를 선보인다. 동진쎄미켐은 1989년 국내 최초로 세계에서 4번째 PR 개발에 성공한 회사로 유명하다. 반도체대전에서는 PR뿐만 아니라 반사방지막(BARC), 하드마스크용 소재(SOC), 연마재(CMP슬러리), PR용 신너 등 동진쎄미켐의 기술력으로 탄생한 다양한 소재를 공개한다.
반도체 장비 부분품 세정과 코팅 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제공, 글로벌 기어으로 거듭난 코미코의 기술과 미코세라믹스의 정전척(ESC) 및 히터 제품도 전시된다. ESC는 웨이퍼를 정전기 힘으로 고정하는 부품으로 미코세라믹스가 신성장 동력으로 집중하는 제품이다.
국산 클린룸 강자인 신성이엔지도 참여한다. 반도체 클린룸 핵심 장비인 '팬필터유닛(FFU)' 국산화에 성공한 신성이엔지는 이번 행사에 클린룸 내부 장비를 무선 연결해 관리하는 '스마트 무선 모니터링 시스템'을 소개한다. 안정적 클린룸 관리와 실시간 이상 대처로 반도체 생산 환경 고도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이 외에도 원익IPS, 엑시콘, 케이씨텍 등 글로벌 수준 기술력을 갖춘 소부장기업들이 초미세공정과 3차원(3D) 소자 공정에 적합한 제품을 공개한다.
램리서치는 올해 반도체대전에서 새로운 기업 브랜드를 소개한다. 또한 램리서치의 글로벌 생산기지인 램리서치매뉴팩춰링코리아의 설립 10주년을 반도체대전에 참가한 한국 반도체 산업과 함께 축하할 계획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메모리부터 소부장에 이어 시스템 반도체까지 다양한 관점 포인트를 가지고 반도체 대전을 관람할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 반도체 혁신과 협력 생태계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