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업무 환경 허점을 틈타 금융 사기·범죄 시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한 가운데 글로벌 금융업계는 인공지능(AI)·머신러닝 등 신기술을 활용해 자금세탁방지(AML) 등 규제 준수 프로세스를 강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글로벌 분석 선두기업 SAS가 글로벌 회계컨설팅기업 KPMG, 국제자금세탁방지전문가협회(ACAMS)와 공동으로 실시한 '위기를 통한 가속화:AML 규제 준수에 대한 AI·머신러닝 도입 현황' 설문조사에서 이같이 분석됐다.
조사는 전 세계 850명 이상 ACAMS 회원을 대상으로 연간 GDP 2~5% 또는 연간 8000억~2조 달러로 추산되는 자금세탁 의심 거래를 막기 위한 AI·머신러닝 활용 수준을 알아보기 위해 진행됐다.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절반 이상(57%)은 AML 규제 준수 프로세스에 AI·머신러닝을 이미 도입해 시범 운영 중이거나 향후 12~18개월 내 도입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또 응답자 33%가 코로나19 확산이 AI·머신러닝 도입 시기를 앞당긴 요인으로 응답했다.
AI·머신러닝 기술을 도입한 주요 목적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40%가 규제당국에 제출하는 문서 품질 개선을, 38%는 오탐지 감소와 이로 인한 운영 비용 절감을 꼽았다.
조민기 SAS코리아 이사는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금융기관들은 기존 모니터링 전략이 정확하지 않다는 것을 인지했다”며 “AI·머신러닝 기술은 시장 변화와 새로운 리스크에 역동적으로 대응해 비즈니스 중단을 최소화하면서 기존 규제 준수 프로그램에 신속하게 통합 가능한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영국·미국·싱가포르 등 규제당국에서도 AML 규제 준수를 위해 AI·머신러닝 기반 고급 분석 기술 활용을 장려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 응답자 66%가 '규제당국이 AI와 머신러닝 기술 활용을 장려하고 있다'고 응답해 기술 도입을 앞당긴 주요 요인으로 손꼽았다.
송근섭 ACAMS 한국 대표는 “전 세계 규제 당국은 금융기관이 사법기관에 제공하는 정보를 토대로 금융기관의 규제 준수 의지 강도를 판단한다”며 “이에 금융기관은 금융 사기 범죄 시도를 방지하는 고급 분석 기술을 활용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소형 금융기관도 첨단 기술 도입에 적극 나섰다. 자산 규모 1조 1000억원(10억 달러) 이하 금융기관 16%가 AML 준수를 위해 AI 도입에 앞장서는 업계 리더로 스스로를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시중은행·공공기관도 AI와 머신러닝 기반 AML·무역기반 자금세탁(TBML) 솔루션을 활용해 국내외 지점과 법인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자금세탁·제재 대상을 적발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글로벌 통합 AML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싱가포르, 시드니, 런던, 두바이 등 해외 9개국 11개 지점에 도입했다. 우리은행은 국외지점에 안티-TBML와 무역거래 위험평가(RA) 기능·AML 분석 기능을 도입해 국외 지점 위험 요소 관리, 현황 점검, 분석 통합 기능을 보유한 국외 AML 포털을 통해 국내 본점에서 이를 관리하고 있다.
NH농협은행도 AML 솔루션을 국외지점·법인 표준 AML 솔루션으로 선정하고 국내 최초로 국외지점을 위한 AML 표준화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 2019년 하노이 지점에 제재·요주 인물 여부 확인, 고객위험평가, 거래 모니터링, AML 분석 시스템을 구축한 바 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