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열린 디스플레이산업 전시회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제품이 공개됐습니다. 바로 'S'자 형태로 접히는 폴더블 디스플레이가 등장한 것인데요. 화면을 두 번 접을 수 있는 이 제품은 보다 큰 화면을 휴대성 좋게 만들 것으로 기대가 됐습니다. 두 번 접을 수 있으니까 앞으로 태블릿 같은 큰 기기에도 적용이 되겠죠. 폴더블 스마트폰을 넘어 폴더블 태블릿까지 등장할 날이 머지않은 셈인데요. 오늘은 디스플레이를 어떻게 접을 수 있게 됐는지 원리를 알아보겠습니다.
Q: 디스플레이는 원래 단단한 화면 아니었나요.
A: 먼저 TV를 떠올려 볼까요. 브라운관, PDP, LCD 순으로 디스플레이가 발전하면서 TV도 점점 얇고 가벼워졌지요. 해상도와 색상 표현력은 점점 높아져 더 또렷하고 화사한 화면을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런데 변치 않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평면 디스플레이, 즉 평평한 화면이었죠. 디스플레이가 구부러지지 않고 단단해 직사각형 모양의 네모반듯한 디자인이 유지돼왔던 것입니다.
그런데 변화가 생긴 것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때문입니다. 흔히 '아몰레드'라고 불리는 OLED는 두께와 화질뿐만 아니라 기존 딱딱한 디스플레이 개념을 완전히 바꿔놨습니다. 디스플레이를 구성하는 부품을 딱딱한 소재가 아닌 유연한 소재로 바꾸면서 변화가 생긴 것인데요. 그래서 종이처럼 접었다 펴도 자국이 남지 않는 디스플레이, 돌돌 말았다가 펼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가능해진 것입니다.
Q: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떤 소재들이 바뀐 것이죠?
A: OLED도 처음에는 딱딱하면서 평평한 제품이었습니다. 이를 전문 용어로 하면 '리지드(Rigid)' OLED라고 부르는데요. 딱딱한 이유는 디스플레이의 하부 기판과 OLED 소재를 보호하는 재료(봉지재)가 유리이기 때문입니다. 유리는 디스플레이 공정에서 오랫동안 사용돼 신뢰성이 높은 반면에 유연성은 거의 없습니다. 폴더블 스마트폰은 리지드 OLED로 만들기 어려운 것이죠.
그렇다면 휘어지거나 접을 수 있는 OLED는 유리 대신 어떤 소재를 사용해서 유연성을 확보했을까요? 디스플레이 하부 기판에 유리 대신 폴리이미드를 사용합니다. 또 유리 봉지 대신 얇은 필름인 TFE(Thin Film Encapsulation)를 활용합니다. PI는 일종의 플라스틱 소재입니다. 유연성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열에 강해 유리처럼 그 위에 회로(TFT)들과 OLED 소재(유기물층)를 쌓을 수 있습니다.
좀 더 깊이 들어가면, TFE는 유기물층 위에 무기막과 유기막을 번갈아 적층하며 외부로부터 오염물질 침투를 막습니다. 무기막은 여러 겹을 겹쳐야 하는데 특성상 표면이 고르지 못하기 때문에 그 사이에 유기막을 삽입해 무기막이 안정적으로 쌓이도록 도와줍니다.
Q: 디스플레이가 유연하다고 해도 구부리는 것과 접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일 거 같은데요. 폴더블에는 어떤 기술들이 뒷받침된 건가요.
A: 맞습니다. 폴더블 디스플레이는 접었다 폈을 때 접는 영역에 국부적으로 가해지는 응력(Stress)으로 인해 디스플레이에 파손이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때 발생하는 응력으로부터 디스플레이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두께를 줄이고 적층 구조 최적 설계를 통해 응력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두꺼운 책을 접는 것보다 얇은 책을 접는 게 더 쉽죠. 물체가 휘어질 때 받는 저항은 두께가 얇아질수록 낮아집니다.
마찬가지로 디스플레이를 접을 때 가해지는 응력을 낮추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최대한 디스플레이를 얇게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에 필요한 터치센서, 편광판 등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겠죠. 또는 외부에 물리적으로 부착하던 것을 디스플레이 패널에 내장하는 방식이 폴더블에 유리합니다. 정리하면 응력을 낮추는 방법들을 통해 접었다 펼 수 있는 폴더블 성능을 높이는 것입니다.
폴더블에는 디스플레이 패널을 이루고 있는 층(Layer)간 결합을 유지해야 하는 점도 중요합니다. 패널 층과 층은 주로 점착제라고 불리는 소재로 붙어 있는데요. 폴더블 OLED에는 일반적인 OLED나 플렉시블 OLED와 달리 더 특성이 좋은 점착제가 필요합니다. 물리적인 움직임이 훨씬 많고 더 크기 때문입니다.
Q: 두 번 접는 폴더블 디스플레이까지 나왔는데, 앞으로 디스플레이는 또 어떤 형태로 발전할까요.
A: TV, 노트북,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우리는 많은 정보를 접하고, 또는 얼굴을 보며 대화를 나눕니다. 또 스마트와치, 스마트밴드 등에서 시간을 보고 오늘 하루 얼마나 움직였는지 운동량을 확인하죠. 디스플레이는 사람과 정보를 연결하는 매개체입니다.
아인슈타인이 말한 유명 명언이 있습니다. '상상은 지식보다 중요하다'는 겁니다. 앞으로 어떤 모습의 기기들이 나오면 좋을까요. 돌돌 말아서 가지고 다니다가 필요할 때 펼쳐 펜으로 입력을 하거나, 필요할 때 버튼만 누르면 눈앞에 화면이 나타나게 되면 지금의 노트북이나 태블릿, 스마트폰보다 훨씬 더 편리해질 거라 생각됩니다. 디스플레이는 우리가 상상하는 모습으로 지속 발전할 것입니다.
주최:전자신문 후원:교육부·한국교육학술정보원
[관련도서]
◇'인공지능은 무엇이 되려 하는가' 스티븐 핑커·맥스 테그마크 저, 프시케의숲 펴냄
스티븐 핑커, 프랭크 윌첵, 대니얼 데닛, 맥스 테그마크, 톰 그리피스, 스튜어트 러셀 등 과학사상가 25인이 최신 과학 기술이자 미래 산업을 견인하는 인공지능 기술의 가능성과 위험 및 한계를 짚어본다. 현재 각광받는 '딥러닝' 인공지능을 점검할 뿐 아니라, 앞으로 도래할 '초지능' 인공지능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저자인 스티븐 핑커는 인간의 마음과 언어, 본성과 관련한 심도 있는 연구와 저술 활동으로 2004년 〈타임〉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됐다.
◇'IT 사용설명서' 김지현 저, 크레타 펴냄
디지털 기술 동작 원리와 개념, 이를 통해 구현된 비즈니스 모델을 소개하고 기술이 우리 일상과 사회에 가져다준 변화와 영향을 다룬 책이다. 인공지능, 블록체인, 클라우드, 에지 컴퓨팅 등 자주 접하게 되는 용어와 기술들에 대한 설명이 담겨있다. 또 기업 비즈니스 모델이 디지털 기술을 만나 플랫폼 비즈니스, 구독경제, 공유경제, 나아가 토큰 이코노미 등 사업 혁신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사례 중심으로 이해하기 쉽게 풀어 설명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