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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국내외 금융사는 PC, 인터넷, 스마트폰에 이어 메타버스가 금융업 패러다임을 또 한 번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잠재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영업점을 메타버스와 연결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대체불가토큰(NFT) 등을 이용해 메타버스가 촉발한 새로운 가상경제에 대응하고 미래 비즈니스 모델 가능성까지 살피고 있다.

MZ세대가 메타버스를 가장 활발하게 즐기고 있다는 점에서 금융사는 메타버스 세계에서 벌어지는 가상경제 활동 양상에 주목한다. 메타버스에서 커뮤니티, 게임, 교육 등 다양한 활동이 벌어지고 있고 해당 플랫폼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암호화폐를 이용해 메타버스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있는 것도 눈에 띈다.

신석영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핵심 소비주체로 떠오른 MZ세대는 가상 재화나 서비스를 구매하는데도 익숙해 가상자산을 활용하거나 투자 등에 대한 수요가 높다”며 “가상자산을 비롯해 다양한 메타버스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어 메타버스 콘텐츠 영역에 금융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적극적인 수요층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유통업계를 시작으로 다양한 분야에 메타버스가 이입되고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는 구찌를 비롯해 나이키, 컨버스 등 여러 패션 브랜드가 입점했다. 제페토에서 사용하는 화폐 '잼'으로 해당 브랜드 가상재화를 구입할 수 있다.

일부 다른 메타버스 플랫폼은 실제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를 사용해 가상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가상 부동산을 전용 화폐로 매매하거나 거래소에서 화폐를 실제 돈으로 교환하는 게임도 인기를 얻고 있다.

메타버스와 오프라인 간 시너지 창출을 시도한 사례도 있다. GS리테일은 싸이월드제트 메타버스 플랫폼과 연계해 온·오프라인 유통망 연결 시도에 나섰다.

이처럼 메타버스에 MZ세대가 모여들고 실제 현실과 유사한 다양한 활동이 펼쳐지면서 자연스럽게 가상경제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활발해지고 있다. 메타버스에서는 가상재화를 구입하는 소비자도 될 수 있지만 참여자가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공급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가상 의상 디자이너, 건축가 등 이미 메타버스에서 다양한 직업군이 생겨나고 있는데 실제로 이들은 현실세계에서 수익을 거두고 있다. 디센트럴랜드, 더 샌드박스 등 블록체인 기반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은 사용자가 직접 NFT 창작물을 만들고 사용자끼리 거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블록체인 기반 NFT로 자신의 디지털 창작물을 상품화하고 판매해 수익을 내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메타버스에서 개인이 창작한 상품이 거래되고 실제 화폐로 환전이 가능하게 되면서 가상세계와 현실세계가 융합된 경제활동이 벌어지고 있다. 금융사 핵심 고객층으로 떠오른 MZ세대가 가상경제 관련 비즈니스 모델까지 주도하고 있는 만큼 금융권이 메타버스에 높은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이미 국내 금융권은 빅테크 플랫폼 등장으로 입지를 위협받고 있다. 수십년간 쌓아온 브랜드 신뢰성, 우대 고객을 만들어온 노력이 쉽고 편리함을 앞세운 빅테크 금융 서비스에 추월당할 위기에 처했다. 더 편리한 서비스를 찾아 빠르게 이동하는 MZ세대 특성도 이런 변화에 영향을 끼쳤다. 빅테크 플랫폼에 이어 등장한 새로운 메타버스 플랫폼에 선제 대응하려는 시도가 절실한 이유다.

금융권에서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해 내부 회의, 연수, 세미나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이에 비해 가상경제에 대응하는 움직임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 많지 않다. 국내에서 NFT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각종 규제를 준수해야 하는 금융업권 특성상 이를 공격적으로 기존 사업과 접목하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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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가상경제의 발전 단계 (자료=하나금융경영연구소)>

주요 시중은행이 가상자산 수탁(커스터디)과 NFT 사업을 위한 합작법인을 잇달아 출범한 것은 가상경제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한 시작이다.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은 모두 블록체인 관련 기업과 협력해 별도 합작법인을 출범하거나 지분투자 형태로 가상자산 수탁 사업 밑바탕을 깔았다. NH농협은행도 헥슬란트와 손잡고 별도 합작법인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 네 개 은행 모두 커스터디와 NFT 사업화 발굴 추진을 목표하고 있다.

디파이나 증권형토큰(STO) 등 상품을 개발하는 시도도 하고 있다. 스타트업 중에는 NFT 파일에 대한 가치평가와 유동화를 지원하거나 NFT 자산을 담보로 암호화폐 대출을 지원하는 비즈니스 모델도 등장했다.

해외에서는 가상경제 진입을 시도하는 금융사가 나타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NFT와 디파이 관련 기업 대상 ETF 투자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