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잡스→희대의 사기꾼”…엘리자베스 홈즈 재판 결론은?

한 때 기업가치 90억달러 치솟아
유죄 확정되면 20년 징역형 위기

엘리자베스 홈즈. 한때 ‘여자 잡스’로 불렸다. 그럴 만했다. 스티브 잡스처럼 검은색 폴라티를 자주 입었다. 미국 스탠퍼드대를 중퇴하고 19세에 스타트업 ‘테라노스’를 창업했다. 피 몇 방울만 직접 뽑으면 수백 가지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획기적인 진단 기기를 개발했다는 발표에 기업가치는 무려 90억달러(약 10조원)까지 뛰었다. 하지만 이 기술이 사실상 허구라는 의혹이 제기되며 테라노스 사건은 실리콘밸리 희대의 사기극으로 막을 내렸다.
 
테라노스 창업자 겸 전 최고경영자(CEO)인 엘리자베스 홈즈와 사업파트너이자 전 애인인 라메시 ‘써니’ 발와니에 대한 재판 배심원 선정이 시작됐다. 모두 진술은 9월 8일 열리며, 13주 동안 재판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8일(현지시간) 법원에 제출된 서류를 인용해 홈즈가 발와니로부터 정신적, 성적 학대를 받았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공개된 법원 문서에 따르면 홈즈는 발와니가 자신의 먹는 음식, 의상, 지인까지 통제했으며 날카로운 물건을 던졌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와 임신으로 미뤄진 ‘세기의 사기꾼’ 엘리자베스 홈즈를 상대로 한 재판이 3년 만에 재개되면서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회사가치 10조원 ‘테라노스’가 휴지조각으로

테라노스는 한 때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떠오르는 메디컬 유니콘 기업이었다. 다양한 특허를 내놓으며 성공적으로 사업을 이끌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2015년 기준 홈즈는 포브스 선정 최연소 자수성가 여성 억만장자였으며 만 31세에 순자산 45억 달러를 가졌다. 스탠포드 대학교를 중퇴한 것도 이미지 메이킹에 한 몫 했다.
 
테라노스 슬로건은 “작은 피 한 방울이 모든 것을 바꾼다(One tiny drops changes everything)”이다. 슬로건에서 알 수 있듯이 홈즈가 개발한 메디컬 진단 기기 ‘TSPU(테라노스 샘플 처리 장치; 다른 이름은 ‘에디슨’, ‘미니랩’)은 몇 방울 피로 240여 가지 질병을 사전에 검사할 수 있으며 검사 비용도 기존 검사 10% 수준으로 저렴했다. 혈관을 찾기 어려운 노인 및 어린아이, 주사바늘 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의 위험뿐만 아니라 비용 부담까지 덜어줄 것으로 보여 당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 기기는 몇 가지 질병만을 검사할 수 있을 뿐 암 등 주요질병은 검사할 수 없었다. 포브스가 선정한 400대 부자 중 110위에, 자수성가형 여성 부자 50위 중 1위를 차지했던 홈즈는  테라노스 기술이 사실상 허구라는 것이 밝혀지며 사기꾼으로 추락했다.
 
◇테라노스 내부고발자가 밝힌 ‘가짜’ 검사

 
포브스, 포춘, 뉴욕 타임즈 표지를 장식하던 홈즈는 TEDMED 강연까지 나설 정도로 미디어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테라노스는 미국내 시장 점유율 2위인 약국 체인 ‘월그린스’ 뿐만 국방부와도 계약을 맺으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홈즈는 월스트리트저널 기자에 의해 사기행각이 밝혀지며 꼬리를 잡혔다. 테라노스 전 직원은 240여 건의 혈액 검사 중 일부만을 처리할 수 있으며, 그 마저도 기존 혈액검사 방식으로 환자 검사를 시행했다고 내부 고발했다.
 
2015년 말 FDA는 테라노스에게 시험 규모를 축소하라고 요청했으며, 시험 중 하나만을 승인했다. 월그린스는 테라노스와 계약을 파기하고, 40여 개 테스트 센터를 폐쇄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18년 홈즈를 사기혐의로 기소했다.
 
현재 홈즈는 텔레뱅킹(인터넷뱅킹) 사기 혐의 10건과 공모 혐의 2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공개 진술이 9월 8일 예정돼 있다. 외신에 따르면, 이번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홈즈는 20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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