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Image
<민원기 한국뉴욕주립대 총장>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삼성 등 빅테크 기업들은 매해 자사의 신제품과 서비스를 공개하는 연례 개발자회의를 개최하고 있고, 언론과 관련 기업들은 연례 개발자회의에서 어떠한 새로운 기술이 소개되어 시장의 판도를 바꿀지 주목하곤 한다.

디지털시대 최고의 아이콘이었던 스티브 잡스는 매해 열리는 애플 개발자회의를 통해서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혁신적인 신제품을 소개했고, 잡스가 '맥월드(MacWorld) 2007' 행사에서 아이폰을 공개하던 장면은 스마트폰 시대의 도래를 알렸던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다.

최근 빅테크 기업들의 연례 개발자회의 중 가장 큰 주목을 받는 것은 미래 첨단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의 회사들이 주최하는 개발자회의다. 지난 8월 19일 'AI 데이(Day)'라는 주제로 개최된 테슬라의 연례 개발자회의도 새로운 자율주행기술 소개와 관련하여 높은 기대 가운데 개최되었는데, 실제 이번 행사에서 테슬라는 자율주행기술 개발에 활용될 슈퍼컴퓨터 '도조(Dojo)'에 들어갈 자체 제작 반도체 칩 'D1'을 소개했다. 하지만 이번 발표에서 'D1' 개발보다 더 관심을 끈 내용은 휴머노이드 로봇인 '테슬라봇'의 개발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머스크는 테슬라가 바퀴가 달린 로봇을 제작하고 있는 이미 세계에서 가장 큰 로봇회사라고 언급하면서 내년에 키 172㎝, 무게 57㎏의 인간 형태를 지닌 '테슬라봇' 시제품(prototype)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20㎏의 짐을 이동시킬 수 있고, 시속 8㎞의 이동이 가능한 오토파일럿(autopilot) 기능이 내장된 '테슬라봇'을 개발하여 위험하고, 반복적이며, 지루한 일을 인간 대신 수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테슬라봇'이 별도의 프로그래밍 없이 '렌치로 자동차에 볼트를 장착하거나, 슈퍼마켓에서 물건들을 구매하라'는 명령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 장기적으로 로봇을 통한 무한한 노동력의 공급으로 인간에게 노동은 선택이 될 것이고, 경제체제에 심대한 변화가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테슬라봇'이 머스크가 말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의 삶은 근본적 변화를 맏게 될 것이다. 마치 우리가 현재 가정마다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로봇을 보유하고 이 로봇이 청소로봇처럼 한 가지 기능만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수리, 쇼핑 등 여러가지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의 삶은 노동으로 부터 해방될 수 있고, 완전히 다른 형태의 삶의 양식을 누리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언제 '테슬라봇'을 실제 삶에서 이용할 수 있을까. 미국 뉴욕시립대의 이론 물리학 교수이며 베스트셀러 'Physics of Future'의 저자인 미치코 카쿠는 BBC 방송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인 소니의 아시모(ASIMO)와 5분 인터뷰를 촬영하는데 3시간이 걸렸던 사례를 언급하며, 인간과 소통이 가능하고 인간의 명령을 수행하는 로봇을 만들기 위해서는 로봇이 완벽한 형태인식(pattern recognition)과 상식(commom sense)을 갖추어야 하는데 이러한 단계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테슬라봇'이 우리를 노동으로부터 해방시키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러한 휴머노이드 로봇의 개발과는 별도로 최근 로봇기술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특정 기능만을 수행하는 산업로봇과 서비스봇 중심이었던 로봇산업이 크라우드 컴퓨팅과 5G 기술을 이용해 그 활용 범위가 사무영역으로 확대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고, 수행하는 업무도 단일 기능에서 복수의 기능으로 확대되어 가고 있다. 실제, 네이버는 현재 건설중인 제2사옥을 로봇친화적 건물로 만들 계획으로 5G 네트워크와 크라우드 기반의 브레인리스 로봇(Brainless Robot) '루키'를 통해 사내 배달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을 추진 중에 있다.

인공지능기술과 기계공학의 융합 산물인 로봇은 놀라운 속도로 진화하고 있고, 향후 로봇산업의 경쟁력은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 우리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 ICT산업과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이 미래 성장산업인 로봇산업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민원기 한국뉴욕주립대 총장 wonki.min@suny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