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 회원가입 없이 주문 가능
SKT 'T우주' 연계 무료배송 혜택 제공
美 아마존과 동일한 가격·프로모션 반영
2023년 IPO 앞두고 기업가치 향상 기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11번가와 손잡고 국내에 이달말 상륙한다. 11번가는 아마존 직구 서비스를 통해 차별화된 사업모델을 구축하고 기업공개(IPO)를 성공시킬 단초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상호 11번가 대표는 2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아마존만의 특별한 상품과 혜택, 편리한 쇼핑경험을 11번가 고객에게 제공하게 됐다”면서 “11번가는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오픈을 시작으로 국내 해외직구 시장의 혁신적 변화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달 31일 오픈하는 아마존 글로벌스토어는 아마존 미국 판매 상품을 별도 회원가입 없이 11번가에서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다. 판매 상품 수는 수천만 개에 달한다. SKT의 새 구독서비스 T우주와 연계해 무료배송 혜택을 제공하고 국내 고객이 자주 구매하는 16만개 상품은 선별해 4~6일내 빠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아마존이 11번가 셀렉션 상품을 서부에 있는 물류센터로 이동시켜 배송기간을 단축시킨 덕분이다.
이 대표는 “11번가 글로벌스토어는 9개월의 준비기간 동안 국내 쇼핑몰과 동일한 사용자경험(UX)을 제공하는데 주력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미국 아마존과 동일한 가격을 반영하고 이마존 핫딜 등 현지 프로모션도 그대로 적용한다. 고객은 상품 정보와 리뷰를 번역된 한글로 보고 11번가 결제수단 그대로 원화로 결제할 수 있다. 배송·반품·환불 관련 아마존 전담 상담센터도 운영한다.
11번가는 이번 아마존과 협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모바일 앱 하단에 아마존 홈 버튼을 만들고, 상단 탭에도 아마존 서비스를 위한 자리를 내줬다. 아마존도 13번째 진출 국가인 한국 시장에서 연착륙을 위해 SKT와 협력을 택했다. 직접 진출이 아닌 현지 사업자와 제휴를 통한 진출도 이번이 처음이다.
11번가는 아마존 스토어의 차별화 경쟁력으로 압도적 스케일을 꼽았다. 11번가를 통해 판매하는 아마존 상품은 3000만~4000만개에 달한다. 쿠팡의 로켓직구 상품 수 700만개와 비교해도 5배가 더 많다. 앞으로 상품 수를 더욱 확장하고 구독서비스와 연계한 혜택을 강화해 국내 최대 직구 플랫폼으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계산이다.
이번 서비스로 11번가 거래액도 대폭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국내 해외직구 거래액 4조677억원 중 미국 거래액은 1조8115억원으로 44.5% 비중을 차지한다. 거래액 상당 부분을 11번가가 가져올 경우 국내 e커머스 시장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2023년 IPO를 목표로 세운 11번가 입장에선 기업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
다만 아마존과 제휴 서비스가 상품 직구에 한정돼 있어 e커머스 판도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60조원에 달하는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해외직구는 4조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11번가 입장에선 아마존으로 유입된 신규 고객의 추가 구매를 이끌어야 한다. 이를 위해 최근 직매입 조직을 강화하는 등 국내 사업에도 투자 확대에 나섰다.
또 T우주 멤버십을 구심점으로 한 SKT와 11번가, 아마존의 고객 락인 효과가 관건인 만큼, 커머스 멤버십에 콘텐츠를 연계하는 작업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번 아마존스토어 오픈 이후 커머스 외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제휴도 논의할 것으로 본다”며 아마존과의 추가 협력 여지를 남겼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