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질병코드' 국내 부여 여부 결정
연구 3건 1년여 지연…11월 종료 전망
코로나19 위기 속 게임산업 위상 강화
업계 "합리적 논의 출발선 되길"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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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DB>

1년 넘게 지연된 '게임이용장애' 민관협의체 기획 연구 결과가 이달 처음으로 나온다. 연구 결과는 질병코드의 국내 도입 논의 근거자료로 쓰인다. 업계는 '게임=질병'이라는 낙인효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첫 연구물이 합리적 논의의 출발선이 되길 기대했다.

1일 관련 기관과 업계에 따르면 질병코드 도입 관련 게임이용장애 연구 3건 가운데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등재 과학적 근거 분석 연구'와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파급효과 분석'이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 나머지 '게임이용 장애 실태조사'는 진행 중이다.

이보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19년 5월 게임이용장애에 질병코드를 부여하기로 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민관협의체를 구성, 국내 적용 여부 결정을 위한 연구를 추진했다. 애초 지난해 3월 사업자를 선정, 240일 동안의 연구를 거쳐 같은 해 12월 최종 보고서를 제출받을 계획이었다. 유찰과 격렬한 토론이 오가며 연구가 늦게 시작됐다. 이후 코로나19 확산 영향을 받아 또 한 차례 지연됐다.

이 가운데 파급효과 분석 연구보고서가 첫 결과물로 이달 초 관계 기관에 제출된다. 연구진은 지난 6월 보고서 검토 소위원회에서 요청 받고 최근 보고서를 보완했다. 국내 도입 시 사회, 문화, 게임산업, 교육, 의료, 법률 등 여러 영역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한다. 과학적 근거 분석 연구보고서도 곧이어 완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게임이용장애를 국내에 도입하면 게임산업에서 일자리 3만4000여개가 감소하고 국내 연간 총생산액이 약 5조2000억 줄어드는 등 산업 위축과 청년실업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오면 다양한 영역에서 미치는 영향을 심층적이고 다각도로 검토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실태조사 연구는 보건복지부가 주관한 연구다. 아직 초안은 나오지 않았다. 직접 실험군과 만나 진행하는 연구로, 코로나19 탓에 길어졌다. 정부는 초안이 나오면 소위를 열어 검토할 계획이다. 3건 연구가 모두 마무리되는 시기는 10월로 점쳐진다. 최종 연구 종료는 민관협의체 보고 이후인 11월로 전망된다.

WHO 국제질병분류11판(ICD-11)은 내년 1월 발효한다. 국내에서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등재로 결정된다. 통계청이 5년마다 개정하기 때문에 국내 도입 여부는 늦어도 2025년 개정 시까지 결정해야 한다. 논의 기반 마련에만 2년 이상 소요된 만큼 격렬한 논쟁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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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23일 게임이용장애질병코드 관련 민관협의체가 첫 회의를 가졌다. 본지 이현수 기자(왼쪽)가 김현환 문체부 콘텐츠정책국장 (현 문체부 기조실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전자신문DB>

문화체육관광부와 게임·콘텐츠 업계는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등재 근거가 부족하다며 반박하고 있다. 게임업계는 질병코드 도입 시 '게임=질병' 낙인효과로 산업 침체뿐만 아니라 청소년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2년 전 WHO가 게임이용장애를 등재하던 시기와 비교하면 게임산업 인식과 위상은 한층 높아졌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지난해 3월 코로나19 사태 속에 거리두기 수단으로 게임을 권고했다. 게임사는 코로나19 확산 때 사회공헌 활동을 적극 펼치면서 이미지를 제고했다. 첨단산업 첨병이라는 인식도 다졌다.

다만 복지부·의료계·학부모단체는 WHO의 결정에 찬성하며, 여전히 국내 적용을 주장하고 있다. 공공의료 증진과 효과적 치료를 위해 국제 기준에 맞춰 질병코드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양측 대립이 첨예한 만큼 연구 결과에 따라 희비가 갈릴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과학적인 연구 결과 기반으로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합리적 판단의 출발선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