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국가핵심기술 'OLED DDI'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IC(이하 DDI)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됐다. 정부가 이달 14일 OLED 구동기술을 국가핵심기술에 포함하는 내용의 고시를 개정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이번 고시 개정은 매그나칩 매각이 발단이었다. OLED DDI 기술을 보유한 매그나칩이 지난 3월 중국계 사모펀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하면서 기술 유출 우려가 제기됐다.

OLED 디스플레이가 국가 핵심 산업이고, 이 디스플레이를 구동하는 DDI 역시 중요 기술인 데, 매그나칩 매각으로 DDI 기술이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에 개입 근거를 만들었다.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해외 인수합병(M&A) 등을 추진할 때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산업기술보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매그나칩이 이제 해외에 매각되기 위해서는 정부 승인이 필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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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디스플레이 산업, 나아가 국가 산업에 중요한 기술을 보호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과정을 살펴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DDI는 OLED 디스플레이와 분리될 수 없는, 사실상 한 몸과 같은 부품이다. 이를 만들 수 있는 곳도 전 세계에 몇 안 된다. 통계에 따르면 스마트폰용 OLED DDI 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점유율이 80%를 넘는다.

그럼에도 OLED DDI는 패널 설계, 공정, 제조 기술과 달리 국가핵심기술에서 빠져 있었다. 또 미국 당국이 매그나칩(본사 미국 상장) 매각을 심사하겠다고 나선 뒤에야 핵심기술 지정이 추진됐다. 중국의 첨단 기술을 견제하고 있는 미국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거나 미국 정부와의 공조에 따른 결과인지는 알 수 없지만 뒤늦게 나선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는 하이디스 트라우마가 남아 있다. BOE는 하이디스 기술을 바탕으로 성장,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를 위협하는 기업이 됐다. 소 잃은 뒤 외양간을 고치면 늦는다. 국내 주요 산업에 또 다른 빈틈은 없는지 면밀하게 살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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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 구동 신호 흐름도. <자료=삼성디스플레이>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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