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온라인 공청회 거쳐 8월 정부안 확정
자산 185조원의 거대 공공기관 권한 분산에 초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거복지 부문을 모회사로 두고 주택·토지 부문을 자회사로 개편하는 안이 떠오르고 있다. 손실이 발생하는 주거복지 사업에 힘을 실으면서 각종 정보와 권한이 집중된 주택·토지 개발 부문에 대한 감시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는 LH 조직개편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해 28일 오후 2시 온라인 공청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지난달 LH 혁신방안을 발표하면서 기본 방향을 제시했다. LH의 핵심 기능인 택지개발, 주택건설, 주거복지 등 부문을 남기고 나머지는 국토부에 회수하거나 민간·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공청회는 정부가 6월 제시한 3개 안에 대해 자체평가 결과를 알리고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개최된다.
당시 제시한 3개 안은 △주택·주거복지-토지 병렬 분리 △주거복지-주택·토지 병렬 분리 △주거복지-주택·토지 수직 분리 등 안이다. 국토부는 조직개편안의 장단점을 분석, 검토 결과를 제시한다.
3개 안 가운데에서는 주거복지를 모회사, 주택·토지 영역을 자회사로 해서 수직 분리하는 3안이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각종 비리·부정행위가 적발된 토지 개발 분야를 자회사로 두고 모회사가 업무 감사, 자료 제출 요청, 시정조치 요구 등 지도·감독 기능을 수행하게 하는 안이다.
1안이었던 주거복지-주택·토지 병렬 분리안은 과거 주공과 토공 통합 이전처럼 주택과 토지 부문을 분리하는 것이다. 과도한 권한 집중은 일부 해소할 수 있지만 투기 사태 원인이 된 토지 부문에 대한 견제와 균형에는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주택과 토지 부문 분리로 2·4 대책 등 신규 사업 추진에 차질도 우려됐다.
2안은 주거복지 부문만 별도로 분리하고 주택과 토지 부문은 통합을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주거복지 전담 조직이 탄생해 공공성 강화 측면도 있지만 임대주택 건설 기능은 주택 부문으로 떨어져 나가기 때문에 오히려 주거복지가 위축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가장 높은 평가를 준 3안으로 확정되면 주거복지 부문 중심의 모회사에 사업 기획을 총괄하는 사업계획실을 신설하고 자회사를 감독하는 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하게 된다. 모회사가 자회사의 부정행위를 적발하지 못하면 모회사의 경영평가 및 경영진 성과급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LH는 자산 185조3000억원에 정원 9643명에 이르는 국토부 산하 최대 공공기관이다. 임직원이 업무를 통해 쌓은 지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부동산 투기를 하다 최근 적발되면서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도마 위에 올랐다. 전관예우·갑질까지 윤리의식 저하 문제도 지적됐다. LH가 주거복지 사업과 신도시 개발을 통한 서민 주거 안정에 기여하는 점 때문에 정부는 해체가 아닌 조직 혁신안을 검토했다.
3개 핵심 기능 외의 기능은 국토부나 지자체 등에 넘길 예정이다. 국토부는 LH 투기 사태의 원인이 된 공공택지 입지조사 업무를 회수, 계획업무는 직접 수행하기로 했다. 시설물성능인증과 안전영향평가 업무는 건설기술연구원, 국토정보화 사업 가운데 LH 기능 수행에 필수인 사업 외에는 국토정보공사·부동산원으로 각각 넘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는 LH 조직에 대한 견제와 균형 회복, 장래 주거복지 수요 증가 등 정책 여건 변화에 차질 없이 대응하기 위해 최선의 조직개편안을 조속히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