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직 대통령 사면 이뤄지면 힘 실릴 듯
이재명, JY 가석방에는 "특혜 아닌 제도" 관대
윤석열, 과거 악연…일부 지지층 이탈 우려
일각선 "사면 대상따라 혼전 양상 심화" 분석
'광복절 특별사면'이 대선정국 변수로 떠올랐다.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정치권은 물론 경제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는 물론, 야권 유력 주자 행보에도 영향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대통령의 시간
특별사면은 청와대 판단과 가이드라인이 중요하다.
절차상으로는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대상을 선정한 뒤 법무부 장관을 통해 대통령이 재가하는 형식이다. 이후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공포하면 마무리된다. 특별사면이 확정되면 형 집행이 면제된다. 가석방이나 보석과는 다르다. 사실상 면죄부를 쥐어주는 셈이다.
이 같은 특징 때문에 유력 대선 주자 가운데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면 논란에 휩싸여 홍역을 치른바 있다. 이 전 대표는 당 대표 시절이던 지난 1월 1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을 언급했다. 결국 여권 내부 격렬한 반발 속에 사과했다. 작년 한때 40%에 육박했던 지지율은 10%대로 추락했다. '어대낙(어차피 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낙연)'은 소멸됐다. 말을 아꼈던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지율 1위로 올라서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여권 일각에선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사면이 이뤄진다면 이낙연 전 대표에게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한다. 여권 관계자는 “이유야 어찌됐든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결정한다면 이 전 대표는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는 기회다”고 말했다.
또다른 유력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보다 명확한 입장이다. 두 전직 대통령은 물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은 '반대'한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영상 기자간담회에서다. 사회적으로 권력과 지위, 부를 누린 사람에 '특혜(사면)'를 주는 것에 반대한다고 했다. 다만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에 대해선 “특혜가 아니라 제도”라며 반대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야권에서도 이들에 대한 사면 여부는 폭풍의 핵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두 전직 대통령 지지층과는 악연이 있다. 국정농단 사건에선 특검 수사팀장으로, 다스(DAS) 의혹에선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대선 출마를 공식화 한 뒤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요구에 “어느 정도 공감한다”고 언급했지만, 이들에 대한 사면·복권이 결정될 경우 지지층 일부가 떨어져 나갈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 소속 유력 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 결정될 경우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평론가로 활동 중인 김경진 전 의원은 “가석방과 달리 사면은 정치적 결단”이라며 “언제 어느 시기에 누가 사면 대상에 오를지에 따라 가뜩이나 혼전 양상으로 흘러가는 여야 대선 후보 경선 정국이 더 안갯속으로 빨려들어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야권과 달리 여당의 경우 전통적 지지층이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에 부정적 기류가 강하기 때문에 사면이 결정될 경우 긍적적인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신중한 청와대
청와대는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광복절 특별사면 및 가석방 여부에 대해 '논의한 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박수현 국민소통수석도 지난 22일 “아는 바, 들은 바, 느끼는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같은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전직 대통령 등 사면론에 대해 “제가 사면심사위원장인데, 현재까지 대통령님의 뜻을 받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사면과 관련해 그동안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문 대통령은 “형평성과 선례, 국민적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결코 쉽게 결정할 사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 바 있다. 그러면서 가장 강조한 것이 '형평성'과 '국민 공감대'다.
현재 여론조사결과,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은 국민 50% 이상이 반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은 국민 60%가량이 찬성하고 있다.
오는 26일 가석방 기준인 형기의 60%를 채우게 되는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다만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부당합병과 프로포폴 투약 혐의 등으로 두 개 재판이 더 예정돼 있다는게 변수다. 범죄혐의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사면과 달리 가석방 상태에선 형법상 또 다른 범죄혐의로 집행유예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