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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송시계가 빨라졌다. 당일배송을 넘어 시·분 단위 총알배송까지 등장했다. 퀵커머스가 e커머스 시장에 새로운 전장으로 떠오르면서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주도권을 쥐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배달의민족 등 유니콘 기업이 깔아놓은 판에 오프라인 유통 대기업도 적극적으로 가세하면서 대규모 투자와 합종연횡이 활발하게 전개되는 추세다. 빠른 배송을 위해 도심 한복판 물류 거점을 확보하려는 경쟁도 어느 때보다 치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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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 배송>

'퀵커머스'(Quick Commerce·즉시배송)는 생필품과 식료품 등을 단시간 내 문앞까지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코로나 대유행과 비대면 소비가 맞물려 시장이 급속도로 커졌다. 세계 퀵커머스 시장 규모는 2030년까지 4480억유로(약 600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송시간도 1~2시간을 넘어 이제는 15분 이내로 짧아졌다. 상품이 필요할 때 즉시 받아보고 싶은 소비자의 요구와 이들을 잡기 위해 끝없는 물류 혁신을 꾀한 기업들의 노력이 맞물린 결과다.

국내 퀵커머스 시장을 키운 건 배달의민족 'B마트'다. 2019년 서비스를 시작한 B마트는 선별된 신선식품과 생필품을 자체 물류창고에 보관하다 즉시 배달한다. 이를 위해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 30여개 도심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B마트 매출은 1억700만유로(약 1450억원)로, 주문 건수는 1000만건을 넘어섰다. 출범 초기 300여개에 그쳤던 취급 품목도 5000종 이상 확대했다.

퀵커머스 경쟁에 뛰어드는 사업자가 늘며 판은 더 커졌다.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DH)도 지난해 퀵커머스 서비스 '요마트'를 론칭했다. 최근에는 쿠팡까지 가세했다. 쿠팡은 이달 초 배달 플랫폼 쿠팡이츠를 통해 서울 송파구 지역에서 퀵커머스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쿠팡이츠 마트' 서비스에서 물건을 주문하면 라이더가 15분 내 집 앞까지 배달한다. 서비스 품목은 신선·가공식품과 생필품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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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대행 기사>

쿠팡이츠 마트의 무서움은 배달 속도다. 쿠팡은 퀵커머스를 위한 배달원을 별도로 고용했다. 도심 마이크로 풀필먼트센터에 상품을 보관해뒀다가 주문 받는 즉시 전담 배달원이 배송한다. 덕분에 배달 시간을 15분 이내로 단축했다. 막대한 자금력이 기반이 돼야 가능한 일이다. B마트 등의 경우 주문 접수 후 인근에 있는 배달원을 찾아 배차를 진행한다. 배달 시간이 30분~1시간가량 걸린다.

쿠팡은 잠실 지역을 시작으로 서울과 수도권 전역으로 쿠팡이츠 마트 서비스를 빠르게 확대해 나갈 전망이다. 특히 국내뿐 아니라 일본 도쿄와 대만 타이베이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퀵커머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퀵커머스가 기존 e커머스 영역을 흡수하며 급성장하는 만큼, 로켓배송보다 한 단계 빠른 속도전에 불을 붙였다.

전통 유통 대기업들도 퀵커머스 경쟁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배민과 쿠팡 등 유니콘 기업들에 시장을 순순히 내줄 수 없다는 의지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사업자는 오프라인 점포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도심 물류거점 확보가 필수인 퀵커머스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롯데와 이마트 등은 대형마트 점포 공간을 다크스토어로 전환하고 온라인 주문 배송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즉시배송에 대적하기에는 속도 경쟁에서 밀린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보다 규모는 작지만 도심 주거지와 더 밀접한 기업형슈퍼마켓(SSM)을 배송 거점으로 적극 활용한다. 롯데슈퍼와 홈플러스익스프레스, GS더프레시는 1시간 내 배송하는 퀵커머스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마트도 에브리데이를 앞세워 퀵커머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준비다. 슈퍼마켓 특성상 도심 물류센터보다 신선식품 구색이 다양하다는 장점을 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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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더프레시 직원이 주문 들어온 상품을 배송 기사에게 전달하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인 퀵커머스 시장을 신점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와 인수합병(M&A) 등 합종연횡도 분주하다. GS리테일은 통합법인 출범 후 GS25와 GS더프레시를 통한 도심 빠른 배송 서비스를 무기로 삼았다. 이를 위해 배달 전용 애플리케이션(앱) '우딜'을 론칭하고, 배달 대행 플랫폼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 지분 19.53%를 인수했다.

여기에 시장 매물로 나온 국내 2위 배달 플랫폼 요기요 인수전에도 뛰어든다. GS리테일은 글로벌 사모펀드(PEF)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퍼미라 컨소시엄에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한다. 요기요 인수로 퀵커머스 역량 강화와 시너지를 노린다는 판단이다.

스타트업 간 전략적 동맹도 눈에 띈다. 메쉬코리아는 신선식품 새벽배송 기업인 오아시스마켓과 새로운 퀵커머스 플랫폼 론칭을 위한 합작법인(JV) '브이'를 설립한다. 양사의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를 기반으로 한 실시간 유통 물류 역량, 인프라를 결합해 퀵커머스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계산이다.

이처럼 퀵커머스 경쟁으로 하루를 기다리는 택배 배송이 아니라 무엇이든 1시간 내 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시장에서도 퀵커머스 성장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점치고 있다. 물류, 정보기술(IT) 환경과 인프라가 갖춰지고 펜데믹으로 인해 비대면 소비가 일상화되면서 음식 배달처럼 생필품·식료품 즉시 구매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임수연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퀵커머스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시장 플레이어가 늘고 편리함을 경험한 소비자들도 늘어나면 향후에는 새벽배송처럼 보편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