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특별한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 트렌드가 주류를 이루면서 '커스터마이징'은 소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됐다. 새 운동화를 리폼해 기존 제품보다 2배 이상 높은 가격으로 재판매하는 리셀의 유행과 가전제품 외관 색상을 소비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게 하는 판매전략이 성공하고 있다. 제품을 개발하는 입장에서도 커스터마이징을 통한 새로운 가치 부여가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사항이 된 것이다.
자동차의 경우 엠블럼 교체, 도색이나 래핑과 같이 소극적 커스터마이징을 진행하고 있으나 디자인 변화와 독창성을 표현하기엔 역부족이다. 무엇보다도 특별함을 제대로 누리려면 자동차 외관 디자인 변화를 크게 느껴야 하는데 이러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그릴 디자인 변화가 필요하다.
자동차 그릴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나타내는 요소 중 하나며 자동차 이미지를 대표하는 디자인 핵심이다. 그릴의 이미지를 별도 장치 추가 없이 바꿀 수 있다면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라이팅 그릴은 다양한 모양과 색상으로 표현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하나의 기기로 다양한 화면을 이용할 수 있기에 매 순간 새로운 기기를 사용하는 기분을 줄 수 있다. 스마트워치와 같이 디자인 커스터마이징이 쉬워진다면 개인의 독창성 표현은 물론 상시 새 차를 타는 듯한 느낌을 낼 수 있다.
자동차 그릴 디자인을 상시 변화시키기 위해 그릴을 디스플레이로 구성해야 한다. 내연기관차보다는 전기차 그릴이 적합하다. 내연기관차는 냉각수 온도를 낮추기 위해 그릴이 개방돼 있어 균일하고 촘촘한 이미지 구현이 제한적이다. 반면에 전기차는 주행 중 발생하는 공기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밀폐된 그릴을 사용하기에 그릴 전체를 활용해 다양한 이미지 표현이 가능하다.
하지만 자동차 그릴을 디스플레이화하기 위해서는 여러 환경적 제약을 극복해야 한다. 디자인 측면에서는 자동차는 곡면 형상을 이루고 있기에 기존 평면 디스플레이 장치로는 표현에 한계가 있다. 또 자동차는 일반 전자 장비보다 가혹한 온도 환경에 노출돼 있어 차량 내장용 LCD나 OLED와 같은 일반 디스플레이 방식으로는 기술 구현이 어렵다. 또 그릴의 넓은 면적을 디스플레이로 활용해야 하기에 재료비 상승에 대한 부분과 비점등 이미지의 디자인 감성 품질 저하도 보완해야 한다.
이런 제약 해결을 위해 새로운 방식의 광학계와 LED 배열 및 방열 설계 기술이 필요하다.
자동차 전면의 다양한 이미지 구현 및 비점 등 상태에서의 고급스런 느낌을 위해 LCD와 같은 기존 디스플레이 방식이 아닌, 히든 라이팅 기술을 반영해 구현한다. 램프가 꺼져 있을 때는 플라스틱처럼 보이다가 램프가 켜지면 특정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다. 또 자동차의 곡면 디자인과 표현하려는 이미지를 보다 균일하게 나타내기 위해 LED를 차량 곡면과 일치시킬 수 있도록 LED와 PCB를 배열한다. 낮은 재료비로 양산이 가능하도록 설계했으며, 특허출원도 완료했다. 제품 구현을 위해 보행자 보호를 위한 저속 충돌 법규에 대한 부분과 다양한 신뢰성 등 검증 작업이 추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커스터마이징 디자인 그릴이 추후 제품화로 이어진다면 자동차도 자신만의 독특함과 독창성을 표현하는 주요한 수단으로써 자리 잡을 수 있을 전망이다. 운전자와 주변 보행자와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기능으로도 활용 가능할 것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그릴 페이스'를 스마트워치 '워치 페이스'와 같이 앱을 통해 상호 거래할 수 있도록 플랫폼화 한다면 사용자나 자동차 제조사는 별도 수익까지 얻을 수 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