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뉴딜 2.0의 가장 큰 변화는 '휴먼뉴딜' 추가다. 디지털과 그린 중심의 한국판 뉴딜에 휴먼뉴딜을 추가하면서 '사람 중심' 선도국가 도약을 이뤄내겠다는 문 대통령 구상이 담겼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을 핵심 국정지표로 운영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확산되고 경제위기가 심화되면서 정권 초 친노동 반기업 정서는 사라졌다. 적폐로 규정했던 대기업과 협력을 강화하면서 경제 활성화에 매진했다.
성과는 분명했다. 우리나라는 성장과 수출 등 경제지표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코로나19 위기에서 회복 중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판 뉴딜 중심축에 휴먼 뉴딜이 추가된 것은 정부 정책 기조에서 '사람 중심'이 재등장했음을 의미한다.
◇분명한 경제 성과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위기 이전부터 경제 위기론에 휩싸여 있었다. 정부 초기 추진했던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 위주 정책의 부작용이라는 야권 공세도 받아왔다. 경제를 이끌어야 할 대기업 등 산업계는 적폐청산을 기치로 내세운 정부 방침에 숨을 죽여왔다.
상황이 변한 것은 코로나19 발생이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고 트럼프 미국 정부의 자국 우선주의, 국경봉쇄 등 조치로 불안했던 경제는 급격하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한국판 뉴딜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문 대통령의 구상이었다. 야권은 물론, 청와대 핵심 참모의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지만 문 대통령은 이를 강행돌파했다.
가장 큰 변화는 기업, 특히 대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변화했다는 점이었다. 한국판 뉴딜은 대규모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업 투자가 필수였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 역시 산업 현장을 지속 방문하고 기업 관계자를 격려하면서 각종 지원책을 약속했다. 그러면서 고용과 투자를 당부했다.
1년 만에 성과는 분명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1643억달러로 세계 톱10에 진입했다. 1인당 GDP는 3만1497달러로 주요 7개국(G7)인 이탈리아를 추월했다. 수출도 지난해 11월부터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경제 회복을 이끌고 있다. 조 바이든 정부가 출범한 미국과는 삼성과 SK, LG와 협력해 진화된 한미동맹을 이뤄냈다는 평가도 받았다. 문 대통령은 G7 정상회의에 2년 연속 초청됐고,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한국을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했다.
◇불안한 사람 정책
경제는 회복세로 접어들었지만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민생경제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부동산 가격 급등과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면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어려움 가중된 것도 문제지만 정부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일자리'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취업자 감소 폭이 100만명에 육박하고 실업자 수도 150만명을 넘어서자 “고용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말했다. 더욱 아픈 것은 양극화라면서 청년과 여성 등 취약계층의 고용 악화를 우려했다. 실제 일자리지표는 60대 이상 노인 단기 일자리 수치만 개선됐고, 청년층과 40대 일자리 상황은 악화됐다.
특히 정부여당 인사의 잇따른 '내로남불' 논란과 급등한 부동산 가격, 일자리 감소 등에 2030 청년층 민심이 이반되고, 이 같은 결과로 4·7 재보궐선거에서 야당에 대패하면서 '사람 중심' '청년 중심' 정책 요구가 커졌다. 한국판 뉴딜 중 한 가지였던 안전망 강화를 '휴먼뉴딜'로 확대 개편한 이유다. 2030 세대를 위한 정책 추진 과정 일환인 박성민 청와대 청년비서관 임명과 같은 맥락인 셈이다.
◇휴먼뉴딜 과제는
휴먼뉴딜은 코로나19 이후 심화된 불평등과 격차 완화 등 포용성 강화가 목적이다. 재정도 2022년 4조3000억원에서 9조원 이상으로, 2025년까지 누적 투자액은 26조6000억원에서 50조원까지 상향한다.
지난해 7월 안전망 강화를 발표하며 추진한 △고용·사회 안전망 △사람투자에 더해 △청년정책 △격차해소가 추가됐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사실상 청년정책이 한국판 뉴딜의 중심축으로 떠오른 셈이다.
휴먼뉴딜 중심 과제도 핵심 인적자산인 청년 세대를 위해 자산 형성과 주거안정, 교육비부담 경감 등을 지원하는 방안이다. 고용지원을 강화하는 등 청년 친화정책의 실효성 제고도 주 목적이다.
관건은 역시 체감 가능성이다. 2030 청년을 비롯한 코로나19 취약계층이 피부로 정책 성과를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한국판 뉴딜 2.0 내용을 살펴보면 중장기적인 관점에선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당장 급한 불은 코로나 확산세로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당장 생계를 걱정하는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책”이라고 말했다. 청년 정책 강화에 대해선 “청년의 자산 형성이나 주거안정 등을 걱정하는 정부 정책 결정자가 최저임금 인상과 일자리 감소 등으로 취직은 커녕, 아르바이트 자리도 구하지 못하는 청년의 아픔에 공감하는건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