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감합니다.” 포털 관계자가 최근 국회 상황을 두고 한 말이다. 지금 국회는 2개 포털 관련 법안을 쥐고 있다. 하나는 '인앱결제강제방지법' 또는 '구글갑질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다. 플랫폼 기업이 특정 결제 수단을 강요하지 못하게 하는 법으로, 네이버와 카카오가 통과를 강력히 원하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신문진흥법 개정안으로, 포털의 뉴스 편집권을 박탈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국내 양대 포털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당연히 반대한다.
두 법안 모두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통과시킬 수 있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 표결 절차를 밟고 있다. 신문진흥법 개정은 이제 막 논의를 시작했지만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빠르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포털이 난감한 것은 전혀 별개인 두 사안이 미묘하게 엮여 있기 때문이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서는 민주당과 협력해야 하지만 신문법을 놓고는 여당과 반대 각을 세워야 한다.
여당도 이를 십분 활용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 주변에서 최근 '두 법안 맞교환'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포털에 구글 등 플랫폼 기업의 인앱결제 강제를 막아 줄 테니 뉴스편집권을 포기하라는 주문이다. 포털 입장에서는 외통수에 걸린 셈이다.
국회가 발의한 수많은 법안의 배경은 제각각이지만 '국민의 편의를 높인다'는 목적은 같다. 이처럼 중요한 법안을 흥정하듯 다루는 것은 옳지 않다. 인앱결제 강제를 막는 전기통신사업법의 목적은 글로벌 플랫폼의 독점 영향력을 견제해서 창작자를 돕고 국내 모바일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법안 처리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이 법안의 국회 통과에 다른 조건이 들어갈 자리는 없다. 법안을 놓고 흥정한다는 소리가 들리는 것은 국회 의석수 과반을 점유한 거대 여당의 품격과도 어울리지 않는다. 법안을 무기로 포털을 길들이려 하지 말고 172석의 무게에 걸맞은 책임 있는 정책 제안을 기대한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