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2019년 7월 기습적으로 단행한 3대 핵심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는 역설적으로 우리나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우리 국민과 기업, 정부가 국내 산업의 타격 최소화와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혼연일체로 협력하는 불씨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우리 소부장 기업들은 일본 수출규제 직후 설비 신·증설과 핵심기술 국산화에 주력했다. 수요 대기업들은 미국, 중국, 대만 등으로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재고 확보에 속도를 내는 등 신속하게 대응했다.
정부는 2019년 8월 대일 100대 폼목 중심 공급안정화 방안 등을 담은 '소재부품장비 경쟁력강화대책'을 발표했다. 2조원 이상 소부장 특별회계 신설, 20년 만의 소부장 특별법 전면개정, 정책 컨트롤타워인 소부장 경쟁력강화위원회 가동, 수급대응 지원센터 운영 등으로 우리 기업을 지원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작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 등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기 위해 '소부장 2.0' 전략을 수립했다. 100대 핵심품목을 338개로 확대하는 한편 소부장 으뜸기업, 특화단지 육성 등 첨단 소부장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다졌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우리 정부와 기업이 일본 수출규제와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신속 하고 성공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은 안정된 공급망 구축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크게 제고된 것은 물론 긴밀한 민·관 협력을 기반으로 전략적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수요기업과 공급기업, 대·중소 기업간 '연대와 협력'이 확산되면서 산업 생태계 내 사회적 신뢰가 빠르게 형성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수요 대기업은 실제 생산라인을 소부장 기업에 개방해 신규 기술을 검증받게 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2018년 한 건도 없었던 수요기업의 설비개방은 2019년 12건, 2020년 74건으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2019년 7월 이후 국내 소부장 기업이 개발한 기술에 대해 최소 239건의 직·간접 매출이 발생했다. 수요기업이 인증을 받은 사례는 총 119건이다.
소부장 기업의 가치도 상승했다. 올해 소부장 으뜸기업과 소부장 강소기업의 시가총액은 2019년과 비교해 각각 101.8%, 124.9% 상승했다. 상장기업 전체 평균인 63.1%를 크게 웃돈다. 시가총액 1조원 이상 소부장 중소·중견기업도 기존 13개에서 31개로 급증했다.
지난 2년간 소부장 산업에 대한 국민 관심이 늘어난 것은 물론 위기 극복에 대한 자신감이 확산된 것도 큰 성과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지난 2년간 소부장 위기극복 과장에 대해 “우리 핵심 산업을 겨냥한 일본의 부당한 경제공격에 대응해 국민과 기업, 정부가 혼연일체로 완벽하게 대응하고 안정적 공급망을 구축했다”면서 “우리 소부장 생태계의 혁신적 변화가 자리를 잡고, 소부장 중소·중견 기업이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라고 평가했다. 또 “우리 소부장 산업이 국내를 넘어 세계로 진출하는 토대가 됐다”고 말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