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취임 이후 원전 정책에 힘을 싣고 있다. 첫 기자간담회에서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개발 사업에 산업부도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8일(현지시간)에는 우리나라 원전 수주를 위해 체코의 안드레이 바비시 총리와 카렐 하블리체크 산업통상부 장관을 현지에서 만나기도 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나온 원전 수출 협력에 더 바빠진 모습이다.
원전 산업에 대한 기대감에 시장도 반응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보성파워텍, 우진 등 이른바 '원전주'는 이달 들어 20% 넘게 주가가 급등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한·미 원전 협력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과 실무 부처인 산업부까지 원전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내부 기류를 보면 국내 원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겠다는 정책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보긴 어렵다. 원전 수출은 해체산업과 함께 국내 수주 감소를 돌파하기 위해 정부가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추진한 사업이다. 산업부가 '혁신형 SMR'(i-SMR) 개발 사업에 참여할 예정이지만 혁신형 SMR는 수출용에 방점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계속 태양광과 풍력 중심의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에너지정책에 무게 중심을 둘 것이다. 원전도 늦어도 2034년까지는 에너지원으로서 큰 역할을 하겠지만 국내에서 신규 원전이 확대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세계 각국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주요 에너지원으로 여전히 재생에너지를 꼽고 있다. 우리 기업도 이 흐름에 동참하지 않으면 산업경쟁력까지 저하되는 상황에서 에너지정책의 큰 틀이 바뀔 공산은 적다.
그럼에도 문 장관이 원전 산업을 위해 공개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의미가 있다. 산업부 내부에서 지난해 월성 원전 1호기에 대한 경제성 감사 결과로 말미암아 원전 정책을 언급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분위기였다. 올해 장관이 직접 나서서 원전 수출과 신규 기술 개발 참여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당당하게 원전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문 장관의 원전 정책 행보가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