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의 전기차 충전사업 진출은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맞이하는 두 그룹의 미래 전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롯데와 신세계는 국내 기업 중에서 가장 뛰어난 '고객 생활과 밀접한 공간'을 갖고 있다. 그러나 몇 해 전부터 온라인 쇼핑몰이 빠르게 시장을 확대하며 기존 유통시장에 변화를 가져왔다. 이에 롯데와 신세계는 온라인 강화는 물론 오프라인 유통망을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자체 보유한 전국의 생활 거점과 모빌리티를 접목시킨 신사업도 이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 롯데와 신세계가 전국에 보유한 백화점·대형마트·아웃렛 등 거점만 각각 170개, 163개다. 여기에 전문 매장이나 스타벅스 같은 각종 프랜차이즈까지 합치면 그 숫자는 더욱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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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마트 성수점에 운영 중인 포르쉐 충전소.

결국 이들이 가진 전국 오프라인 거점은 전기차를 기반으로 한 차량공유나 차량호출·배달서비스·전기택시·퍼스널모빌리티(킥보드) 등 각종 모빌리티 서비스를 한 곳에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된다.

지금까지 고객 차량이 전부였던 주차장에 집단 전기차 충전소가 들어서고 차량공유·렌터카·신차 시승 등 서비스는 물론, 전기이륜차·스쿠터 등 카셰어링과 모빌리티 전문 서비스·정비망까지 사업 확대가 가능하다.

여기에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발생하는 포인트(마일리지)와 연계하면 고객 유치에도 유리하다. 특히 백화점 포인트로 전기차 충전시설을 이용하면 유통사 입장에서도 재무구조까지 개선할 수 있다. 고객이 쓰지 않은 마일리지나 포인트는 국제회계법상 기업 부채로 분류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적절하게 사용되는 게 좋다.

롯데와 신세계의 모빌리티 사업은 독자 사업과 협력(임대) 사업 두 가지로 운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충전사업은 포인트를 활용할 수 있어 직접사업을 추진하지만, 주차장 관리나 차량 소유와 배차, 픽업 등 전문적 관리·운영이 필요한 차량 공유, 퍼스널모빌리티 분야는 전문 업체와 협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유통·물류 거점을 활용한 상용전기차 대상 충전사업도 가능하다.

이미 신세계그룹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을 추진해왔다.

이마트는 2019년부터 100% 임대 방식이지만, 일부 매장에서 킥보드나 전기택시 등 거점사업을 해왔다. 충전사업 역시 임대 형태로 에스트래픽, 대영채비, BMW 등과 협력했다. 이후 이마트는 전국 매장을 대상으로 독자적 충전사업을 추진했기도 했다.

롯데마트도 지난해 주차장 관리사업자 S사 등과 함께 전기차 충전사업과 주차장을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사업을 추진했지만 현재는 잠정 보류된 상태다.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독자적 충전 및 모빌리티 사업이 멈춰선 건 그룹 차원에서 큰 그림을 짜면서 대형마트뿐 아니라 백화점을 포함한 그룹의 오프라인 유통망을 단번에 운영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유통 분야 대기업 관계자는 “신규 고객을 늘리기 위해 전기차 집단 충전소와 카셰어링, 렌터카를 시작으로 모빌리티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며 “그룹 내 다양한 유통, 생활편의 시설과 연계해 완성차나 서비스 업체까지 상생할 수 있는 모빌리티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