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트래픽 폭증하는데
글로벌 CP서 대가 못받아
통신사 재원 확보 한계
이용자 요금 부담 늘어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SK 브로드밴드 한·일 구간 망 증설 현황 SK브로드밴드가 폭증하는 넷플릭스 데이터트래픽 수용을 위해 한·일 해외망 용량을 1년 만에 세 배 확대한 것으로 확인됐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와 망 이용대가 소송 중에도 이용자에게 원활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투자를 지속했다.
SK브로드밴드 망 증설 재원은 넷플릭스가 아닌 이용자 요금이다. 인터넷 시장은 물침대와 같다는 미국 법원 비유처럼 통신사는 콘텐츠제공사업자(CP)로부터 망 이용대가를 받지 못하면 이용자 요금 부담을 높여 네트워크 설치·유지비용을 충당할 수밖에 없다.
이마저 어렵다면 생태계 구성원이 자원을 쓰기만 하고 관리하지 않아 황폐화되는 네트워크판 '공유지의 비극'이 현실화될 수 있다.
넷플릭스가 망 투자는 전적으로 통신사 책임이라며 망 이용대가 납부를 거부한 가운데 논쟁은 이달 법정에서 판가름 난다. 투자재원 확보를 통한 네트워크 미래를 좌우할 판결에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망 투자 재원, 통신사·이용자만의 책임인가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 데이터 트래픽을 전송하는 한·일 해저망 구간 용량을 900Gbps 급으로 증속했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3월까지 용량을 300Gbps 급으로 유지했지만 약 3~4개월에 1번씩 용량을 증설해 1년 만에 세 배 가까이 증설했다. 망 구간은 일본에 위치한 넷플릭스 접속점에서 서울에 위치한 국사까지로 사실상 넷플릭스 전용회선 역할이다.
넷플릭스 데이터 트래픽 급증에 따른 투자다. 통신사에 따르면 넷플릭스 피크타임 기준 데이터 트래픽은 2018년에 비해 30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넷플릭스 국내 수익 역시 급증했다.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4154억원 매출을 기록했고 2019년에 비해 123% 성장한 것으로 분석됐다.
넷플릭스는 국내 통신 인프라를 이용해 성장했음에도 망 이용대가를 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와 소송 과정에서 '접속유료·전송무료' 논리를 전개했다.
소비자에 대한 전송은 전적으로 통신사 책임이라는 법적으로 확립된 바 없는 일부 학자 논리다.
이론 정합성 여부를 떠나 중요한 것은 현실이다. 분명한 것은 넷플릭스 데이터 트래픽이 급증하고 있으며 누군가는 돈을 내야 하고 수익을 재원으로 망을 유지, 운영해야 한다는 사실이 데이터로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은 통신사가 네트워크라는 플랫폼을 통해 이용자와 CP를 매개하는 양면 시장이다. 망 용량이 폭증하는 상황에서 네트워크 종단에 위치한 글로벌 CP가 요금을 내지 않는다면 망 유지를 위한 투자 비용은 또다른 생태계 구성원인 통신사와 이용자가 분담할 수밖에 없다.
그마저도 통신요금은 국민 생활문제와 결부돼 쉽게 올릴 수 없고 신규사업 등을 통한 통신사 재원확보도 한계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방대한 데이터 트래픽을 유발하는 글로벌 CP가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는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장기적으로 네트워크 투자·품질 저하가 불가피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달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망 이용대가 계약이 성립하는지에 대한 판단을 내린다. 통신사와 CP 간 망 이용대가 계약 성립 여부를 직접 판단하는 재판은 세계에서 처음이다.
판결은 자칫 글로벌 CP 망 이용대가 무임승차 '면죄부'가 될 가능성도 있지만 건전한 망 투자를 통한 네트워크 생태계 발전 물꼬를 트는 결정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물론 글로벌 인터넷 생태계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영향을 끼칠 중요한 사건이 될 전망이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