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AI 집적단지 조성 '삐걱'...부지조성 난항·데이터센터 과대 포장

광주시가 역점 추진 중인 인공지능(AI) 집적단지 조성 사업이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집적단지 토지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데다 세계 10위권이라고 자랑하던 슈퍼컴퓨터 구축 성능이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시는 상황이 이런데도 매주 AI 기업 유치 양해각서(MOU)를 교환하는 등 보여주기식 행사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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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첨단3지구에 조성되는 인공지능(AI) 클러스터 조감도.

광주시의회는 최근 열린 시정 질문에서 “광주 AI 집적단지 토지 보상 절차가 전혀 진행되지 않아 사업 차질이 우려된다”며 “시가 적극적으로 토지 소유주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의회는 “조성 부지인 첨단 3지구에 대한 실시계획 고시 이전부터 토지 소유주와 소통도 없이 별도로 토지 매매, 건축 허가 여부에 대한 법률 자문 등 밀실 행정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사업시행자인 도시공사가 토지 소유주들과 협의하고 있지만 늦어지고 있다”며 “감정평가 결과에 따라 협의 보상을 거쳐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가 광주첨단 3지구에 총사업비 3000억원을 투입해 2023년까지 구축할 AI데이터센터 컴퓨터가 슈퍼컴퓨터 기능을 할 수 없는데도 '세계 7위 슈퍼컴퓨터'라고 부풀려 홍보해온 사실도 드러났다. 이는 지난해 9월 운영 주체와 컴퓨터 구축 방식을 바꾸는 쪽으로 국가정보화 계획이 변경되면서 비롯됐다.

시는 지난 1월 민간기업 NHN과 데이터센터 운영협약을 체결하면서 당초 설계한 컴퓨팅 연산능력 88.5PF(페타플롭스), 저장용량 107PB(페타바이트) 가운데 20PF만을 고성능 컴퓨팅(HPC) 전용으로 구축하고 나머지 66.5PF는 GPU를 병렬로 연결해 다른 시스템을 적용하기로 바꿨다. 저장용량은 변화가 없지만 GPU를 병렬로 연결해 사용하다보면 병목현상으로 성능이 4분의 1 수준으로 저하될 수 밖에 없다는게 전문가 지적이다. 컴퓨터 규모로는 국내 최대·세계 10위권이지만 연산 속도 20PF는 세계 23위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7위에서 23위로 후퇴한 셈이다.

시는 이러한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지난 2월초 AI 특화 데이터센터 착수식을 열고 '국내 유일, 세계 10위권 연산능력'이라고 과대 포장했다.

시 관계자는 “슈퍼컴퓨터는 지자체로선 운영비 부담이 크고 생애주기도 짧아 용역을 통해 면밀한 검토 후 민간으로 넘긴 것”이라며 “구축 규모로 볼 때 세계 10위권 슈퍼컴퓨터라는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시는 사업 핵심 부지와 시설 논란 속에서도 매주 AI 기업과 비즈니스 기반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지금까지 89개 업체와 협약을 체결했지만 지난 1월 기준 한국지능정보산업협회가 발표한 'AI 유망 100대 기업'에 소속된 기업은 8개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