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크림빵 사건 없게…'한국형 위드마크 공식'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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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한국형 위드마크 공식'을 개발한다. 위드마크 공식은 마신 술의 농도, 음주량, 신체 조건 등을 고려해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 알코올 농도를 역추산하는 수사 기법이다. 한국인 표본 데이터에 기반을 둔 한국형 위드마크 공식이 나오면 음주 뺑소니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박남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은 18일 “올해 한국인의 체형과 음주 습관에 가장 적합한 한국형 위드마크 공식을 개발할 계획”이라면서 “오래 전 서구인 신체 조건에 맞춰 만들어진 위드마크 공식을 대체, 법정 시비를 줄이고 음주운전 예방에 일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드마크 공식은 1931년 스웨덴 생리학자 에리크 위드마크가 “사람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시간당 0.015%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고안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1996년 경찰이 음주 뺑소니 운전자 처벌을 위해 도입했다. 술의 양과 운전하기 전까지의 경과 시간 등을 조사한 후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나온 음주운전 수치를 처벌 기준으로 삼는다.

하지만 위드마크로 산출한 음주 추정 수치는 법원에서 핵심 증거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위드마크 공식이 법원에서 증거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음주단속 현장에서 일단 도주하고 술이 깬 이후에 경찰서에 출석하거나 음주 사실을 감추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2015년 임신한 아내를 위해 크림빵을 사서 귀가하던 20대 가장을 치어 숨지게 한 이른바 '크림빵 뺑소니' 사건이 대표적이다. 검찰은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운전자의 혈중 알코올 농도 추정치를 공소장에 넣어 기소했다. 법원은 “운전자가 섭취한 알코올의 양, 음주 종료 시각, 체중 등 전제 사실에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며 음주운전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위드마크 공식이 적용된 방송인 이창명씨의 음주운전 사건에서도 법원은 원심에서 최종 판결에 이르기까지 음주운전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박 원장은 “위드마크 공식 자체가 유럽에서 서양인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데다 표본 샘플도 부족, 사람마다 다른 변수에 대응하기가 어렵다”면서 “법정에서도 이런 의문에 대해 과학적 타당성을 묻는 질의가 많이 들어오고 가해자에게 반론의 여지를 제공하기도 해 한국인의 데이터를 토대로 만든 한국형 위드마크 공식 개발 필요성이 커졌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국과수는 한국형 위드마크 공식 개발을 위해 임상 시험을 통해 데이터 표본을 확보할 계획이다. 사람마다 술에 취하는 속도와 술이 깨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정확도를 높이려면 표본 데이터가 많아야 한다. 빅데이터 분석 기술이 필요하다.

국과수는 지난해에도 기존 혈중 알코올 농도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다양한 음주 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체내에 더 오래 남아 있는 음주대사체를 이용한 신감정 기법을 개발했다. 이를 활용하면 최장 72시간까지 음주 여부를 알아낼 수 있다.

박 원장은 “'음주 사고가 나면 차를 버리고 도망가라'는 잘못된 대응법이 회자되는 등 사회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음주 여부를 증명할 수 있는 대사체 분석 기법을 개발, 효력을 인정받았다”면서 “일부 운전자의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을 수 있는 과학수사 기술을 지속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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