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LH로남불

안하무인(眼下無人), 후안무치(厚顔無恥)가 떠오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 사건에 대해 대통령까지 머리 숙여 사과했다. 정부가 국가 운영에서 가장 중요시한 적폐 척결은 또다시 물거품이 됐다.

국민 분노는 이제 허탈과 슬픔으로 바뀌었다. 상실감으로 하루하루가 무기력하다. 코로나19 여파로 소상공인은 줄폐업 위기 앞에 가슴이 멍들고, 자식 하나 건사하기 위해 밤낮 없이 일하는 서민들은 참담함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공공기관의 공직 윤리 기준은 없었다.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지자 커뮤니티에는 국민 공분을 일으키는 글까지 올라왔다. 물론 이 글이 LH 직원이 직접 올린 것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꼬우면 이직해'라는 여섯 글자로 대한민국은 무너졌다. 아니 국민은 무너졌다.

이번 투기가 일부 직원의 일탈이어서 억울하다는 LH의 애먼 변명도 '내로남불'이다. 'LH로남불'(LH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말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국가 재난 수준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국가를 지탱하는 제1 주체는 국민, 서민이다. LH를 시작으로 국토교통부와 여러 산하 부처 등을 강도 높게 조사하고, 연관된 모든 사람을 강력 처벌해야 한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열심히 저축해서 청약의 꿈을 키워 온 서민의 입장을 반영하지 못했다. 오히려 강력한 핀셋 규제로 돈줄이 막히자 이 모든 혜택이 소시민이 아니라 땅 투기 정보를 가진 LH 일부 직원과 공무원에게 돌아갔다.

주식으로 따지면 내부정보 거래다. 이들은 공무원이 아니다. 투기꾼이다. 경제 사범으로 강력 처벌해서 바닥에 떨어진 소시민들의 희망을 다시 주워 담아야 한다. 며칠, 몇년이 걸리더라도 이 사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현 정부는 더 이상 존재해야 할 명분도 이유도 없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