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광고 사전심의 강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의사단체의 요구에 맞춰 정부 규제가 강화되면서 미용 플랫폼 신사업의 발목을 잡을 공산이 커졌다. 신산업과 전통산업 간 갈등이 발생하는 가운데 도전자가 규제를 받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의료광고 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보건복지부 의료법 시행령 개정안이 조만간 입법 예고될 예정이다.
그동안 온라인 의료광고 사전심의 대상은 일일사용자수(DAU) 10만명 이상 사업자로 한정됐다. 하지만 개정안에서는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신고한 기관(의협 등)이 심사 대상을 선정할 수 있게 했다. 규제 대상이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된다. 강남언니, 바비톡 등 모바일 기반 미용정보 플랫폼 상당수는 네이버 등 대형 포털과 동일한 사전심의를 거쳐 광고 서비스와 상품을 등록해야 한다. 문제는 의료광고심의 기준이 모호하고 부정확해 의료업계가 성형 플랫폼 업계를 압박하는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의료광고 사전심의 제도는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으로 지난 2015년 위헌 판결이 났다. 하지만 2017년 부활한 후 오히려 더 강화되는 추세다.
개정안은 대한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위원회가 심의 대상 매체를 임의로 지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환자가 의사·병원에 대한 가감 없는 후기를 작성하며 의사단체와 대척점에 있는 미용 플랫폼 사업자가 주 타깃이 될 수밖에 없다. 의사단체는 성형 앱 기반 미용 플랫폼이 불법 광고를 양산하는 주범이라는 인식이 있다.
미용 플랫폼 업계는 불법 의료광고를 뿌리 뽑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수익을 철저히 광고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사전심의는 서비스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더욱이 사전심의 기간이 보름, 1개월 등으로 길어지면 광고시장이 위축돼 플랫폼 사업자의 기술 개발과 혁신 성장이 지연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의료미용 플랫폼은 후기나 댓글을 소비자에게 제공해 선택 폭을 넓혀 준다. 사전심의가 강화되면 선의의 추천 기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성형 플랫폼에 올라오는 모든 병원 정보가 매체 광고에 해당하기 때문에 사실상 '배달의민족'에 등록되는 음식점 정보를 건건이 사전심의 받으라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의료관광 스타트업은 2014년부터 의료관광 붐을 조성한 1등 공신에 속한다. 일본, 중국 등에서 수많은 환자가 국내 미용 플랫폼 후기를 보고 입국 전에 방문할 병원을 미리 계획, 시간과 비용을 아꼈다. 병원 신뢰도를 높이고 의료와 관광 산업 발전에도 기여했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공유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 사태처럼 신산업과 전통산업 간 갈등 구조가 미용 플랫폼 기업에 적용되고 있다”면서 “규제가 늘면 의료관광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스타트업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사장되고 많은 벤처기업의 도전도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