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구글 수수료 15% 인하' 성명에
'본질 흐리기' 비판..."근본 해결책 안돼"
"결제수단 종속되면 결국 수수료 올라"
통상마찰 명분도 사라졌지만 발 묶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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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힘 위원들이 구글 수수료 15% 이하 인하 성명을 발표하자 인터넷 업계는 본질은 수수료 인하가 아니라 특정 결제수단 강제 금지라며 비판했다. 지난해 10월 열린 과방위 전체회의 모습.

구글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법안이 국회에 묶여 있는 가운데 야당 중심으로 '수수료 인하'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업계 반발이 거세다. 인터넷업계는 구글 인앱결제 논란의 핵심은 '수수료 인하'가 아니라 '특정 결제수단 강제 금지'라며 빠른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업계는 지난 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구글 수수료 15% 이하 인하' 성명을 발표하자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성명에서 “국내 애플리케이션(앱) 마켓 점유율 63%를 차지한 구글의 수수료율 30% 부과는 개발자와 소비자에 부담이 과도하다”면서 “대·중소기업 관계없이 수수료율을 15% 이하 수준으로 낮출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등 주요 협회·단체 및 대기업과 스타트업 등 인터넷 기업은 수수료 인하는 인앱결제 강제 금지 법안(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처리와는 다른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수수료 인하는 환영할 일이지만 특정 인앱결제 강제를 막지 못하면 앱 개발사는 다른 결제 수단보다 비싼 수수료를 낼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수수료 인하보다 법안 처리를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논의는 진전이 없다면서 근본 해결책 마련을 요구했다.

대형 인터넷 기업 관계자는 9일 “인앱결제 이슈의 본질은 결제수단 강제를 막고 개발사에 결제방식 선택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데 있다”면서 “수수료 인하는 구글 인앱결제에 계속 종속된다는 것으로, 근시안 대책”이라고 꼬집었다.

이보다 앞서 지난달 23일 과방위 법안소위에서의 인앱결제 관련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처리가 무산됐다. 회의록을 보면 국민의힘 의원 중심으로 통상마찰 우려, 구글의 새로운 수수료 정책 입장 전달, 타 산업과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구글이 일부 의원실에 수수료 인하 검토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이후 국민의힘이 법안 처리에 미온적 입장을 보인 것이어서 산업계의 시선이 곱지 않다. 구글이 수수료 인하로 태세를 전환한 것은 본질 흐리기가 목적인데 일부 의원이 이에 힘을 실어 줬다는 비판이 거세다.

국민의힘이 갑자기 수수료 인하 성명을 발표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최근 미국 애리조나주 하원에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이 통과했다. 이보다 앞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추가 논의가 필요한 이유로 내세운 통상마찰의 명분이 사라지자 국면 전환을 위해 수수료 인하 대책을 들고 나온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애초에 30% 수수료가 과도해 논란이 됐기 때문에 애플처럼 수수료율 인하를 촉구한 것”이라면서 “법안 처리는 공청회에서 나온 찬반양론 등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며, 졸속으로 처리했다가는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는 9월까지 시간도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인터넷업계는 수수료와 관계없이 조속한 법안 처리를 요구했다.

스타트업 관계자는 “중소 업체 가운데에는 수수료율이 높아도 편리성 때문에 구글 인앱결제를 쓴다는 곳도 있다”면서 “강제하지 않더라도 기업은 필요에 따라 이용하기 때문에 강제가 아닌 선택권을 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앱 마켓 수수료율은 수요와 공급 등 시장 자율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라면서 “정부나 국회가 정책적으로 15% 등 수수료율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는 만큼 수수료가 아니라 법안 처리를 중점 논의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구글은 지난해 구글플레이 유통 콘텐츠에 수수료율 30%인 자사 결제 수단을 강제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후 여야 가리지 않고 인앱결제 강제화 금지를 담은 전기통신사업법이 7건이나 발의됐다. 구글은 논란이 커지자 정책 적용 시점을 올해 10월로 연기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논란은 2월 임시국회를 기점으로 다시 불거졌다. 과방위 다음 법안소위는 오는 11일 열린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