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강제 금지법에 반대 의견
"공정거래법에 포함돼 중복규제"
과방위·방통위 "과도한 개입" 비판
시장 규제 역할 '교통정리' 필요
공정거래위원회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추진하는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에 반대 의견을 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규제 영역을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으로 확대하려는 공정위와 방송통신위원회, 국회 과방위 간 갈등이 커짐에 따라 글로벌 ICT 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막으려는 제도 개선 논의가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부처의 존재 가치와 전문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ICT 시장 규제에 국회와 정부 차원의 역할 재분담 논의 등 교통정리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국회 과방위 수석전문위원실(행정실)의 검토보고서를 비롯해 정보통신방송 법안소위(2소위) 회의에서 인앱결제법에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과방위에 계류된 인앱결제 관련 7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애플리케이션(앱) 마켓 사업자가 특정 결제 수단을 강제하는 행위 금지 △위반 시 방통위가 사실조사와 시정명령 부과 등이 골자다. 공정위는 과방위에 “개정(안) 금지행위 유형은 현행 공정거래법의 규제 범위에 포함되는 행위”라면서 “중복·과잉 규제 방지를 위해 전기통신사업법에서 일반적 불공정행위를 중복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공식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따라 과방위는 정부부처 간 완전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판단 아래 의견을 추가 수렴키로 하고 인앱결제법 처리를 보류했다. 이보다 앞서 공정위는 방통위가 앱마켓의 불공정행위를 공동 조사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서도 비밀 유지 조항을 이유로 들고 거절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통위는 인앱결제 강요와 관련해 전기통신사업자가 이용자에게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건을 부과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을 고시에 삽입하려 했다. 고시 개정은 공정위의 반대로 발이 묶여 있다는 사실이 2소위 회의 과정에서 드러났다.
과방위는 일반거래 규제기관인 공정위가 전문 규제기관인 방통위의 권한 영역에 과도하게 개입해서 정책 추진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정위가 불공정 경쟁이라는 큰 틀의 기준을 하나 놓고 나머지 모든 것을 재단하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와 같이 규제 권한을 휘둘러서야 되겠느냐”면서 “방통위 등 플랫폼 전문 부처를 통해 특정 결제수단 강제 또는 앱 심사 등 아주 구체적인 분야에서 불공정 행위를 하지 않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정위가 온라인플랫폼 규제 권한을 두고 방통위와 충돌한 이후 ICT 관련 제도 개선에 사사건건 반대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보다 앞서 공정위와 방통위는 2009년 '통신시장 불공정행위 중복규제 방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방통위의 통신시장에 대한 불공정 제재 권한을 인정하는 것이었음에도 중복 규제를 이유로 시장 변화를 고려한 새로운 제도 도입을 막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제도 개선 논의 지연은 이용자 피해와 ICT 산업 생태계의 불확실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과방위 관계자는 “공정위가 ICT 전문 부처와 상임위원회 역할을 존중해야 한다”면서 “업무 충돌을 막기 위해 공정위와 방통위 업무 및 역할을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부처 내 국과별 업무를 법에 근거해서 세세하게 규정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ICT 분야 현안 공정위 주요 입장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