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디플정, 여기서 멈추기엔 아깝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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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디지털플랫폼정부(디플정)를 향한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의 행보에 우려가 커진다.

예정대로라면 지난해 9월, 늦어도 4분기에는 이뤄졌어야 할 2기 위원회 출범이 민간위원 선임 난항으로 기약이 없는 상태다. 위원회가 오랜 기간 준비한 '디플정 특별법' 역시 국정 혼란 속에서 발의조차 물 건너간 분위기다.

계엄 그리고 이후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디플정은 사실상 추진력을 상실했다. 1기 위원들과 분과 중심으로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사업 진척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당장 올해 책정된 디플정 관련 예산만 1조원 이상인데 효율적 집행이 이뤄질지 우려가 크다.


디플정 사업에 제동을 건 결정적 요인은 계엄 사태다. 디플정은 대통령령으로 정한 국정과제다. 대통령의 입지가 흔들리면 과제 수행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당분간 2기 민간위원 선임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게 계엄 사태 때문만은 아니다. 디플정 특별법 제정은 계엄 사태 이전에 이미 시기를 놓친 면이 있다. 여기엔 협치는 찾아볼 수 없는 여야 정치 싸움이 영향을 미쳤다.

디플정위는 2022년 9월 출범 직후부터 디플정 특별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법안 마련에 집중해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흔들리는 대통령령 국정과제의 한계를 넘어서려면 법에 설립 근거를 둬야 하기 때문이다. AI기본법에 근거를 둔 국가인공지능위원회, 데이터 산업법이 명시한 국가데이터정책위원회처럼 말이다.

하지만 디플정위는 1년이 넘게 법안 초안만 논의했을 뿐, 의원이나 정부부처 어디를 통해서도 발의하지 못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야당이 의석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22대 총선 결과를 기다린 면이 없지 않다.

22대 국회 구성 역시 21대와 달라질 게 없어지면서 법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적어도 혁신에 한해서는 여야가 정치적 대립을 넘어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면 이 같은 결과로는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만일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없이 정권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누구 하나 유심히 들여다보는 사람 없이 디플정위는 해체 수순을 밟을 공산이 크다.

디플정은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하나의 플랫폼을 통해 국민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정부다. 전자정부 시절부터 이뤄온 공공정보화 성과를 발판 삼아 우리 정보통신기술(ICT) 우수성을 세계에 과시할 수 있는 기회다.

국민이 필요한 정보를 맞춤형으로 알려주는 혜택알리미, 민간 앱을 통한 공공서비스 개방, 범정부 서비스 통합창구(상반기) 등 성과가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디플정 허브(DPG 허브) 구축을 비롯해 앞으로 해야 할 일도 많다.

여기서 멈춰선 안 된다. 정치적 이슈가 혁신의 발목을 잡는 일은 사라져야 한다. 정권이 바뀌면 디플정이란 명칭은 바꾸더라도 사업은 이어가면 된다.

만에 하나 디플정이 해체되더라도 그동안의 성과들이 다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기엔 너무 아깝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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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천 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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