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배터리 안방 내주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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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조원 규모의 현대자동차 통합 전기차 플랫폼 'E-GMP'의 배터리 공급사 입찰을 놓고 한국과 중국이 맞붙었다. 이보다 앞서 이뤄진 1차분 공급은 SK이노베이션, 2차분은 LG에너지솔루션과 중국 CATL이 각각 선정됐다. 3차분은 SK이노베이션, CATL, LG에너지솔루션이 경쟁하고 있다.

3차 공급사는 애초 지난달 최종 선정하려 했지만 현대차는 한국과 중국 기업을 놓고 막판까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E-GMP에 LG와 SK의 주력 제품인 파우치 배터리를 비롯해 다양한 타입의 배터리 탑재를 검토하고 있다. 이는 파우치 배터리 외에 각형·원통형 탑재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다수의 공급사를 확보해야 배터리 공급 및 가격 조정에 유리하다. 이번 입찰에 CATL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아닌 파우치형과 각형 배터리로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불행 중 다행인 점은 중국이 한국에 비해 하이니켈 배터리 기술 수준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문제는 CATL이 LFP가 아닌 파우치형·각형 배터리를 구현했다는 점이다.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K-배터리' 3사의 경쟁 상대가 된 셈이다.

현대차로서는 일단 한국산 배터리 제품을 쓰려 할 것이다. 현대차가 중국산을 쓴다는 것 자체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쟁입찰은 기술력을 갖춘 업체가 적정 가격을 제시하면 성사된다. 이보다 앞서 진행된 2차분에서 현대차가 CATL을 택한 것도 배터리 성능과 가격에 만족감을 나타냈다는 얘기다. 특히 현대차는 중국 전기차 시장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K-배터리의 대응은 어떠해야 할까. 우선 고객사가 100% 만족할 배터리를 공급해야 한다. 현대차는 부담감 때문에 더욱더 객관적 잣대로 평가할 것이다.

특히 다양한 차세대 기술을 개발, 기술 격차를 확대해야 한다. 남은 시간은 그다지 많지 않다. 민·관이 합심, 전략 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K-배터리 산업계도 안방을 내주지 않겠다는 사업 의지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은 위기인 것처럼 보이지만 차세대 기술을 개발할 골든 타임이기도 하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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