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만? 성인도 학습격차 벌어진다...대중소 기업 생산성 격차 우려

중소기업 대부분 이러닝 활용 못해
직원 직무능력 약화 생산성 하락 우려
"디지털 기반 평생교육 제공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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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인적자원개발(HRD) 분야에서도 대·중소기업 직원간 이른바 '학습격차'가 크게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중소기업은 정보 및 준비 부족으로 원격교육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직원 직무능력 약화, 기업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21일 에듀테크 업계는 아이들이 원격수업을 하면서 가정의 사회적, 경제적 차이에 따라 학습격차가 발생하는 것처럼 중소기업 직원 학습격차가 벌어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디지털격차, 곧 생산성 격차로 벌어지는 비슷한 상황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기업은 그동안 직원을 대상으로 다양한 직무 교육을 해왔다. 자체 사내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외부 위탁 기관이나 업체에게 맡겨 왔다. 작년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거리두기로 오프라인 집체식 교육이 대부분 비대면·원격교육으로 전환되거나 규모가 축소됐다.

2019년 이러닝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사업체 중 이러닝을 도입하거나 이용하는 사업체 비율은 7.1%였다. 300인 이상 사업체의 32.3%는 이러닝 전담 팀이나 부서를 운영했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전담 부서나 직원을 두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이광세 한국에듀테크협회 이사는 “코로나 이전에 300인 이상 사업체와 300인 미만인 기업간 사내 교육 과정 숫자 자체가 17배 이상 차이가 났다”며 “이러닝 교육으로 상당 부분 전환이 됐지만, 코로나19 이후에 차이는 더 벌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과 중소기업중앙회 교육지원부장은 “과거에도 그랬지만 경기가 안좋아지면 중소기업이 가장 먼저 줄이는 것이 홍보와 교육비였다”면서 “현재가 비상상황이라는 생각에 필수교육 이외에 직원들 대상의 직무교육 관련 투자를 줄일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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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특성상 기업교육을 담당하는 직원이 따로 없고, 최고경영자(CEO) 의지나 관심 여부에 따라 직무 교육 예산이나 사내정책이 천차만별이다. 여러 업무를 함께 하는 중소기업 특성상 자리를 비우며 교육비용 부담과 시간 부족 등의 이유로 교육 접근성도 낮다.

홍정민 휴넷 에듀테크연구소장은 “국내 기업교육은 미국 등 해외 선진국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오프라인 교육에 집착해왔다”면서 “(중소기업일수록) 성인 학습자를 위한 온라인 시스템을 이용한 이러닝 교육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코로나19 기간에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인재교육에 대한 투자는 커졌다. SK는 기업교육을 위해 '가상의 대학'에 해당하는 SK그룹 통합학습플랫폼 '마이써니(mySUNI)'를 만들었다. 대기업들도 비슷한 직원 대상 신산업이나 신기술 재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면서 '리스킬링(reskilling)'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일부 대기업은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에서 중소기업에 협력사 대상 원격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삼성전자는 대중소 상생형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에 참여한 중소기업에 실시간 온라인 원격교육과 함께 매뉴얼 '키트'를 공급했다.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에 참여한 중소기업 오토스윙 김종설 이사(공장장)는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원격교육을 옆에서 보게 된 다른 직원들까지 교육을 신청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며 “스마트공장 고유기술은 물론이고 품질관리, 창의성 등의 관리능력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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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에서도 콘텐츠와 시스템을 갖춘 원격교육 효과는 크다는 데 공감했다. 단순 동영상 시청에 그치는 온라인 교육은 한계가 있다. 실습이 필수적인 제조업 대상 온·오프라인 병행수업(블렌디드러닝) 방식의 교육 예산이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자체 교육역량을 갖춘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직원 간 직무능력 차이, 생산성 간극 확대라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학습격차가 기업간에도 벌어지지 않도록 중소기업 재직자에게 정보통신기술(ICT) 교육을 강화해야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교육부,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범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요구된다. OECD는 작년 8월 보고서에서 한국 중소기업은 클라우드 컴퓨팅과 빅데이터 같은 첨단 IT 활용에서 뒤처져 있으며 숙련 근로자 및 관리자 채용과 인력 훈련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은 “중소기업 직원들에게 디지털 기반 평생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젊은층 대비 ICT에 약한 중소기업 관리자 대상 맞춤형 학습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중소기업에 참여율을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