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을 두고 이견을 보인지 1개월여 만에 기획재정부가 '선별지급'에 대한 사전작업에 착수했다. 재정 곳간을 지키면서도 정책효과를 견인하겠다는 정부가 여당의 이견이 없는 선별지급부터 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후에도 전 국민 지급을 두고 여당과의 논쟁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정 악화에 대한 정부 스트레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당정 간 신경전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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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지시로 기재부는 피해 계층 추가 지원과 사각지대에 대한 보강 지원 등 선별지급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여당은 전 국민 지원금 의지를 견지하고 있다. 당정 모두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시간이 많지 않아 지원 방식에 대한 교통정리가 시급하다. 일단 당이 목표로 하는 지급 시점은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이전인 3월 중순이나 4월 초다. 이에 따라 기재부는 늦어도 이달 말이나 3월 초까지는 재원 마련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을 마련,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국회는 여야 이견이 크지 않은 선별 지원에 대한 추경부터 서둘러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정 간 갈등 봉합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당은 4차 재난지원금 선별 지원과 '전 국민 지원금' 병행 지급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재정 곳간을 열려는 여당과 달리 재정건전성을 챙겨야 하는 기재부 입장은 굳건하다. 소상공인 등 피해 업종과 계층만 선별해서 지원하겠다는 주장이다. 100% 적자국채로 추경을 편성해야 하는 만큼 지원효과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부총리 직을 건 분투다. 지난해 11월에는 대주주 주식양도차익과세 기준 3억원 하향 조정을 철회하라는 요구에 맞서다 공개 사표를 냈다가 사표를 철회하기도 했다. 이번에 홍 부총리는 '그침을 알아 그칠 곳에서 그친다'라는 사자성어 '지지지지'(知止止止)를 인용, 부총리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설 명절 이전에 있은 당정 간 재난지원금 논의는 한 차례 파행을 겪었다. 곳간을 열라는 여당과 곳간을 지켜려는 재정 당국 간 신경전이 지속되면서다.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과 기재부 관계자들은 4차 비공개 당정협의를 열기로 했다가 돌연 취소했다. 이처럼 여당과 충돌하며 홍 부총리가 기존 입장을 관철할지 관심이 쏠린다. 기재부 내부에서도 곳간지기로 소신을 지키는가 '용두사미'로 비판을 받는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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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