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K-배터리' 코로나19 뚫고 유럽 투자 러시

LG·삼성·SK, 현지 생산라인 신·증설 채비
전기차 보조금 확대로 中 버금가는 시장 형성
유럽 각국 배터리 생산·기술 내재화 나서
K-배터리 3사, 합작투자·재활용 산업 고삐

#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있지만,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K-배터리' 3사의 유럽 투자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유럽 전기차 시장이 친환경 정책 기조와 맞물려 급속히 커지면서 이에 탄력 대응하기 위해 생산능력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여러 위기 요인도 상존한다. 중국, 일본 배터리 업체들이 추격에 나선 데다 유럽도 대규모 투자로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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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 연구원들이 배터리셀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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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연구원들이 배터리셀을 들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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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연구원들이 배터리셀을 보고있다.

◇K-배터리 3사 유럽 투자 고삐

삼성SDI는 올해 전기차용 중대형 각형 배터리 생산능력을 10기가와트시(GWh) 늘리기로 했다. 1공장 중대형 각형 배터리는 연산 30GWh 규모로 생산능력은 총 40GWh까지 늘게 된다.

삼성SDI는 헝가리에 2공장도 신설해 신규 수요에 탄력 대응할 예정이다. 헝가리 2개 라인과 신설 공장은 배터리 에너지 효율을 향상하기 위한 신공법이 도입됐다. 배터리 제조 공정이 기존 와인딩 방식에서 쌓아 올리는 형태인 스태킹 방식으로 변경되며, 에너지 밀도는 올리고 원가 절감 효과를 낼 것이라는 설명이다.

SK이노베이션은 헝가리 코마롬에 위치한 파우치 배터리 공장 생산능력을 확대한다. 헝가리 2공장에 9.8GWh 규모 파우치 배터리 생산 설비를 갖춰 이르면 올해 하반기 가동을 시작, 독일 폭스바겐, 다임러, 현대자동차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유럽 배터리 시장에 대응해 투자 속도를 높인다. 유럽 공장 신설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선수주 후투자' 전략을 깨고 밀려드는 고객 수요에 대응해 유럽에 신규 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에 30GWh 규모 생산능력을 확대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4300억원을 투자해 폴란드 파우치 배터리 생산능력을 100GWh로 키운다. 유럽 전체 수요 70% 이상 커버하고 있는 회사는 올해 유럽 공장에 상시 투자하겠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가 사태가 지속되고 있지만 올해도 유럽 수요 상승 흐름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중국 CATL은 내수 시장을 넘어 유럽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독일에 첫 배터리 공장 신설을 추진하고 있는데 LG에너지솔루션은 투자에 고삐를 죄고 유럽 시장 수요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완성차 고객사들로부터 배터리 공급이 몰리고 있다”며 “일례로 아우디는 파우치 배터리를 주로 공급받다가 파우치 배터리 공급이 달리면서 삼성SDI에 각형 배터리를 공급받기 시작했는데 배터리 공급이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는 공급 부족 현상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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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삼성·SK 배터리 유럽 투자 지속하는 이유는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삼성SDI가 코로나19 장기화 사태에 유럽 투자를 이어가는 이유는 배터리 공급이 완성차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장조사업체 EV볼륨즈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 전기차 판매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독일은 전년 대비 252% 급증했으며 이탈리아는 241%가 증가했다. 프랑스도 179% 늘었다. 유럽이 중국에 버금가는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유럽은 친환경 보조금 확대 정책을 펴고 있는 가운데 특히 전기차 배터리 수요는 파우치, 각형, 원통형 제품 관계없이 강세다. 유럽은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핵심 부품인 배터리 재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배터리 기업 제품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데 유럽은 국내 기업이 배터리 소재 업체와 유럽에 동반 진출을 하게끔 환경 규제를 강화해 전기차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은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 등 4대 배터리 소재 업체들과 협력 투자 기조를 이어가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은 지속 가능성을 내걸며 배터리뿐 아니라 소재 재활용에 이르는 밸류체인 걸친 법제화 작업에 나서고 있다”며 “유럽 계획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며 2025년 본격 시행될 경우 전기차 시장 수요는 본격 성장세를 보일것”이라고 말했다.

관심은 올해 하반기다. 유럽의 환경 규제와 공장 투자 수요 기간을 감안하면 올 하반기 투자가 몰릴 것으로 보인다. 전망은 대체로 일치하지만 올해 하반기 투자가 본격 가시화되고 배터리뿐 아니라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 성장 모멘텀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을 두고 배터리 업계 시장 경쟁이 시작되면서 시설투자는 앞으로 수년간 계속될 것”이라며 “유럽은 한국뿐 아니라 중국, 일본 등 배터리 기업들의 최대 격전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배터리 소재 합작 투자가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합작 투자가 이어질 경우 세금을 면제해주는 등 배터리 투자 기회에 긍정적 요인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은 에코프로비엠 등 배터리 소재 업체들과 유럽에 배터리 소재 합작 공장 또는 재활용 생산 단지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 배터리 내재화는 도전 과제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투자를 강화하고 있지만 유럽도 배터리 산업 육성과 내재화 움직임이 포착됐다. 유럽 배터리 신생 업체들은 유럽 배터리 산업 육성 지원 정책과 유럽 완성차 수요에 힘입어 한국 배터리 기업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스웨덴 배터리 업체 노스볼트는 2016년 설립 이후 4조원 이상 자금을 조달받으며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노스볼트는 이를 기반으로 2030년까지 유럽 내 배터리 생산량을 연간 150GWh 규모로 늘릴 예정이다. 노스볼트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배터리 인력도 대거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배터리 업계의 배터리 내재화 전략은 유럽 시장을 공략을 가속하는 국내 배터리 업계의 유럽 수요 확대를 위협한다.

중국, 일본 배터리 업체들도 유럽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배터리 기업의 의지 만큼 배터리 수요를 끌어낼지 미지수다. 현재의 흐름이 계속될 한국이 현재의 시장 점유율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는 시장 성장성은 크지만 배터리 주도권을 쥐기 위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 현재 점유율은 의미가 크지 않다”며 “배터리 신기술을 누가 점유하고 소재 경쟁을 강화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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