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는 우리나라가 17년째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산업이다. 한국이 글로벌 리더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큰 동력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다.
과거 디스플레이 시장을 이끈 일본은 기술상의 난제에 막혀 OLED 개발을 포기했다. 한국은 기업들의 끈질긴 연구개발(R&D)와 정부 지원을 기반으로 지난 2007년 세계 최초의 OLED 상용화에 성공했다.
OLED는 스마트폰은 물론 TV, 모니터, 노트북, 자동차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세계 OLED 시장 규모는 296억달러였다. 우리나라는 이 가운데 86%를 점유하고 있다. 대형 시장에서 98%, 중소형 시장에서 85%를 각각 차지하며 세계 시장을 이끌고 있다.
같은 해 한국의 OLED 수출은 전년 대비 6.4% 증가한 109억달러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3년 연속 100억달러 이상 수출을 달성하며 우리 경제의 버팀목으로 떠올랐다.
2017년 OLED 수출 비중은 34%에 불과했지만 2020년 61%로 급상승했다. 한국 디스플레이 수출이 고부가가치 구조로 전환된 셈이다. 우리 기업들이 폴더블폰, OLED TV 등으로 프리미엄 제품군을 확대하는 한편 액정표시장치(LCD)에서 OLED로 신속하게 사업 구조를 전환하는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에 선제 대응한 결과다.
수출 주력 품목으로 성장한 OLED에 거는 기대는 크다. OLED는 폴더블 디스플레이, 롤러블 디스플레이, 투명 디스플레이를 구현할 수 있다. 사각형이나 직선형이 아닌 타원형, 곡선형 등 자유로운 형태로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폴더블폰·롤러블TV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차, 항공,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투명 윈도 등 OLED를 이용한 제품이 다양화되고 있다. 제품과 기술 진화는 현재진행형이다.
이 같은 OLED 혁신 제품 수요가 확대되면서 올해 OLED 수출은 지난해 대비 19.6% 증가한 13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디스플레이 수출에서 70%를 웃도는 등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쟁국인 중국은 우리나라를 거세게 추격하고 있다. 대규모 OLED 생산설비를 확대하는 동시에 폴더블·롤러블 등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LCD보다 OLED 추격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중국이 글로벌 LCD 시장 점유율 10%를 돌파하는데 소요된 기간은 10년이다. 그러나 OLED는 불과 6년 만에 10%를 돌파했다. 한국과 중국의 OLED 기술 격차는 현재 3~5년 정도다. 핵심 인력과 기술 유출에 따라 더 좁혀질 수 있다. 한국 OLED가 경쟁력을 지속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핵심 인력·기술 관리 및 보호에 민·관 공동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
디스플레이는 최근 세계 이슈로 떠오른 코로나19와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그린뉴딜에 빠르게 적응해야 하는 산업 가운데 하나다. 온라인 교육, 영상회의, 재택근무 등 비대면 경제가 확대되는 뉴노멀 시대에서 전 세계를 연결하는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OLED가 이 같은 환경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미래를 대비한다면 앞으로 무한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OLED는 하루 아침에 탄생하지 않았다. 가능성 하나로 시작한 우리의 도전정신과 세계 최초 양산에 성공한 끊임없는 기술 혁신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수출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우리 OLED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산을 직면했다. '개미가 절구통을 물어 간다'는 속담이 있다.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 협력하면 어떤 상황도 이겨 낼 수 있다. 디스플레이 산·학·연·관의 긴밀한 생태계 조성과 상호 연대·협력이 확대되면 더욱 밝은 'K-OLED'의 미래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한다.
김성진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부회장 ksj@kdi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