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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까지 고졸 취업 성공시대를 이끌어 온 직업계 고등학교가 흔들리고 있다. 시·도 교육청별 노력 차이가 큰 데다 단위 학교만의 노력으로 직업계고 정체성을 유지하는 지역과 학교도 있지만 그들 역시 힘들어 하고 있어 안타깝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2020 한국 인적자원개발지표'에서 인용한 교육부·교육개발원 교육통계에 따르면 특성화고(489개교)의 2019년 2월 졸업생 총 8만9146명 가운데 취업 2만7865명(31.3%), 진학 3만7642명(42.2%), 무직 및 미상 2만2769명(25.5%)이었다. 마이스터고와 일반계 특성화 교육과정 운영교를 제외한 특성화고의 교육통계 자료만 보더라도 2017년 취업률이 50.4%(4만7946명)인 것이 2019년 31.3%(2만7865명)로 2만81명(19.1%포인트)이나 줄었다.

더욱 주목해야 할 통계는 취업과 진학 역전을 보여 주는 자료다. 2017년 취업 4만7946명(50.4%)과 진학 3만836명(32.4%)에서 2019년 각각 2만7865명(31.3%) 진학 3만7642명(42.2%)으로 역전됐다. 심각한 것은 무직과 미상이 2017년 1만5770명(16.6%)에서 2019년 졸업생이 5985명 줄었는데도 2만2769명(25.5%)으로 2017년에 비해 9%포인트(P) 더 발생했다. 2009년 취업률 19%에서 2017년 50.4%로 정부·기업·학교가 함께한 노력으로 성장해 오던 직업계고가 2018년 준비 없는 조기취업형 현장실습 일몰 이후 점점 정체성을 잃어 가는 것이다.

이번 통계가 코로나19 사태 이전 자료이기에 특성화고는 졸업생 진로 문제뿐만 아니라 해마다 증가하는 미충원율까지 더해져서 그 어려움이 더 심각해질 것으로 여겨진다. 시·도 교육청별 통계를 보면 상황이 더욱 우려스럽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이 위기를 인식하고 있는지 중앙정부 및 시·도 교육청의 중등직업교육을 위한 역할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정부에서 정책을 통해 이끌어 오면서 2010년부터 마이스터고에서 10년 동안 매해 100명 채용을 약속한 삼성이 2년 차부터 300여명씩 채용했다. 현대자동차도 2011년부터 10년 동안 매해 100명 채용으로 고졸 취업을 선도했다. 지금도 기능올림픽 입상자 등 직업계고 졸업생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에 감사한 마음이다.

고졸 채용을 선도하던 한국철도가 소멸한 이전 정부의 고졸 채용 가이드라인 규정을 적용, 고졸 직원 승진을 대졸자와 4년 격차를 두고 최소연한 6년으로 늘리는 일이 벌어졌다. 솔선수범해야 할 공기업에서 고졸자와 대졸자 간 격차를 두는 등 학벌이 아닌 능력 중심사회 구현을 추구하는, 시대에 역행하는 일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또 다른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는 4년, 국민건강관리공단은 3년 격차를 두고 있다.

어느 시기부터 교육통계 연보 기준도 바뀌었다. 진학률은(당해연도 졸업자 중 진학자÷당해년도 졸업자)×100인데 취업률은 {(당해연도 졸업자 중 취업자÷(졸업자수-진학자수-입대자수)}×100으로 부적합하게 산정되고 있다. 진학률과 취업률 모두 모수가 당해연도 졸업자여야 맞지 않을까. 오히려 우수한 진로로 인정받는 군 특성화고 출신자 입대를 취업으로 인정하지 않는 기현상도 발생하게 됐다.

다행인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직업계고에서 역량을 갖춘 학생들이 양성되는 것이다. 우수한 기업에 취업하는 한편 원하는 경우 선취업 후진학, 일학습병행제 등으로 학위를 받을 수 있는 좋은 성장 경로를 우리 중등직업교육이 제공하고 있다. 직업계고 성공이 우리 젊은이들의 삶에 희망 사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 미얀마,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와 아프리카 등 많은 국가에서 K-직업교육 모델을 적용하려 하고 있다. 독일에서도 개발도상국에 자국 모델보다 K-직업교육 모델이 적합함을 인정, 추천하고 있다.

2019년 2월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발표한 '취업률 2022년까지 60% 달성'을 위해 정책결정자의 인식 개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이와 함께 중등직업교육을 위한 혁신 정책 마련과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말로만 아니라 정부와 시·도 교육청이 실천으로 보여 주기를 기대해 본다. 잘못된 정책으로 2017년에 비해 2018년 1만명, 2019년 2만여명 총 3만여명이 취업하지 못했다. 그 한 명 한 명을 기억하고 그들의 진로도 함께 마련해 보자.

설상가상 코로나19 확산으로 더욱더 어려운 시기고, 올해 2월 졸업자 취업률이 지난해 2월 졸업자에 비해 크게 하락할 것이 예상된다. 청년의 꿈을 실현하고 미래 산업 현장에 적합한 인재 양성과 취업을 위해 정부와 기업, 학교 모두가 함께함으로써 정부와 시·도 교육청의 책임 있는 혁신 정책 추진으로 고졸 취업 신화가 다시 쓰여질 수 있도록 간절히 기원한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원하면 대학 가고 대학을 가지 않아도 성공하는 사회, 학벌로 차별받지 않고 능력이 우선되는 사회, 공평한 사회가 아닌 공정한 사회, 청년이 꿈을 이루는 나라가 됐으면 한다. 직업계고에서 고졸 취업 성공이 2021년 대한민국의 그 첫 번째 희망이 됐으면 한다.

현수 직업교육정책연구소장 hih7888@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