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만 팔로워 보유한 SNS스타... 완판요정으로 가치 인정
1부 시드없이도 1부투어 스타급 대우... 플러스 알파에서 메인으로
스토브리그에 변화 바람이 불고 있다. '성적'만큼 스타성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파워'가 선수 몸값을 결정하는 중요 요소로 떠올랐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다양한 SNS 채널을 통한 노출 효과가 단순한 노출을 넘어 매출까지 좌우할만큼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스토브리그에서도 그동안 '플러스 알파' 정도에 그쳤던 SNS 파워에 대한 눈높이가 달라지고 있다.
2021시즌 1부 투어 강등에도 불구하고 어느 때보다 따뜻한 스토브리그를 보내고 있는 선수가 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유현주(27) 선수다. 유현주는 골든블루와 메인 후원 재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테일러메이드와 클럽 및 의류 후원계약서에도 사인했다. 새롭게 계약을 맺은 테일러메이드와의 계약금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후원사 측의 '최고 대우'라는 언급과 기존 계약 규모를 고려할 때 3억원 선에 이를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국내 남자골프 간판스타와 견줘도 부족하지 않은 액수로 테일러메이드가 유현주에게 갖는 기대감을 알 수 있다.
프로스포츠에서 선수 몸값은 상품성에 비례한다. 최근까지만 해도 그 상품성을 평가하는 절대적 기준은 성적이었다. 선수로서 성적을 내지 못하면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유현주는 선수 몸값을 결정하던 절대적 기준을 바꿨다. 수십만명에 달하는 개인채널 팔로워를 보유한 '스타성'이 1부 투어대회 우승 등 좋은 성적을 통한 노출효과에 부족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은 셈이다.
한 브랜드 마케팅 담당자는 “유현주 선수의 계약이 중요한 건 시장 분위기를 바꿨다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유현주같은 선수들은 그동안 저평가 됐던 게 사실”이라며 “물론 투어에서 우승을 하고 많은 언론에 노출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SNS채널 파워도 이제 서브로만 여길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변화와 함께 마케팅도 달라져야 하는 데 기존의 틀을 깨기 어려웠다. 유현주 선수의 이번 계약은 이런 틀을 깨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유현주와 파격 조건으로 클럽 및 의류계약을 맺은 테일러메이드 측은 유현주를 심 글로리(SIM-GLOIRE) 광고모델로도 내세울 계획이다. 스타일과 퍼포먼스를 갖춘 유현주의 매출 파워에 대한 기대감이 느껴지는 선택이다. 실제로 유현주는 지난해 1부 투어를 뛰며 성적과 관계없이 매 대회 때마다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고 당시 착용한 골프웨어가 완판되는 등 남다른 스타성을 통한 매출 파워를 과시하기도 했다.
유현주처럼 차별화 된 상품성을 갖춘 선수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수조원 대에 달하는 거대 소비 시장을 갖추고 있는 골프 시장에서 매출 파워를 갖춘 선수 몸값이 올라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언택트 시대에 맞춰 SNS채널 등 온라인을 통한 노출과 이를 바탕으로 한 매출 파워 가치는 더욱 가파르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 선수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여전히 선수 매니지먼트 업계는 대회 성적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미디어 프로라고 표현했던 선수들의 가치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면서 “다양한 채널을 통해 노출이 커지면서 꾸준한 노출을 담보할 수 있는 개인 파워를 갖춘 선수, 즉 유현주 같은 선수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유현주는 브랜드 기대치와 계약 규모가 이미 투어 스타급이다. 또 그런 선수는 앞으로 점점 더 많아질 것”이라며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라면 몸값만큼 가치가 있느냐가 중요한 데 이런 면에서 유현주같은 선수는 매력적인 선수”라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정원일기자 umph1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