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공동 연구진이 또래 압력이 미치는 탈선 예방 긍정 효과를 뇌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총장 이용훈)은 정동일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와 미국 버지니아공대(버지니아텍)연구팀이 '또래 압력'이 청소년에게 긍정적 효과를 줄 수 있다는 점을 뇌과학적으로 입증했다고 16일 밝혔다.
'또래 압력(Peer Pressure)'은 또래 집단과 비슷하게 행동하도록 만드는 힘을 말한다. 그동안 음주, 가출 등 청소년 비행을 촉진하는 부정적 요소로 여겨왔다.
공동 연구진은 사회적 가치를 판단하는 뇌 특정 영역이 또래 친구의 '위험 기피적' 선택을 볼 때 활성화됨을 발견했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 영역이 활성화된다는 것은 또래 친구의 위험 기피적 선택에 훨씬 더 높은 사회적 가치를 부여하고 이를 모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험을 기피하는 친구의 행동에서 '선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공동 연구진은 도박 게임과 뇌 특정 부분의 활성 정도를 볼 수 있는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장치(MRI)를 이용한 실험으로 이를 입증했다.
실험 게임은 '위험 기피적 선택지'와 '위험 선호적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옵션으로 구성된다. '위험 기피적 선택지'는 확실하게 25달러를 받을 수 있고, '위험 선호적 선택지'는 50대50 확률로 55달러 또는 1달러를 받는다.
일반 청소년 그룹과 약물 사용, 음주, 또는 흡연 이력이 있는 비행 청소년 그룹으로 나눠 실험 게임을 진행한 결과, 일반 청소년 그룹은 다른 참가자의 위험 기피적 선택을 보고 본인도 위험 기피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른 청소년의 위험 회피적 선택을 본 후에는 뇌의 복내측 전전두엽(ventromedial prefrontal cortex)이 크게 활성화 됐다.
반면 비행 청소년 그룹은 위험 선호적 선택을 많이 했고, 다른 참가자의 위험 기피적 결정에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정동일 교수는 “또래 압력의 부정적 영향에 집중했던 과거 연구와 달리, 이번 연구는 또래 압력이 청소년을 위험행동으로부터 지키는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는데 의의가 크다”며 “약물 중독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재치료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