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거래 '의무고발요청권' 기업 부담 가중

최근 폐지 무산된 '전속고발권' 보완책
각 부처·기관이 공정위에 고발 요청
맥도날드 등 대다수 약식 벌금형 그쳐
재계 "지나친 형벌주의·경영 불확실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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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무고발요청권'이 기업 경영에 적잖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주 국회에서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제도가 유지됐지만 의무고발요청제는 예측 가능한 경영을 어렵게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의무고발요청권을 활용해 불공정거래 기업을 고발하고 있지만 상당수 사건이 벌금형 약식기소에 그치고 있다. 한 차례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거친 기업을 대상으로 추가 '고발'이 이뤄지면서 지나친 형벌주의를 조장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의무고발요청제도는 최근 국회 논의 과정에서 폐지가 무산된 '전속고발권' 제도의 보완책으로 불린다. 전속고발권이 있는 공정위가 검찰 고발을 하지 않을 경우 해당 기업을 대상으로 중소벤처기업부, 조달청, 감사원이 고발을 요청하는 제도다.

위법성이 크다는 판단 아래 사실상 고발이 요청되는 만큼 공정위는 무조건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 해당 기업은 한 차례 공정위 조사와 1심 전원회의에서 제재를 받은 후 검찰에서 재조사를 받는다.

고발 요청은 중기부가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8건, 올해 13건을 각각 요청했다.

그러나 중기부가 의무고발 요청한 다수 건이 검찰로부터 불기소 처분이 내려지거나 경미한 벌금형 약식기소에 그치고 있다. 죄질 수준이 경미하거나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 경우에 적용된다.

실제 올해 중기부는 맥도날드를 의무고발 요청했으나 검찰 조사 결과 700만원 벌금형을 받았다. 액세서리 업체 못된고양이, 하남돼지집 가맹본사 하남에프엔비 등도 벌금형에 그쳤다.

이는 의무고발요청권 활용의 대다수가 법인 고발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조사한 내용에서 진전된 위법성을 추가 검토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올해 중기부가 고발요청한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요기요, 현대중공업, 동호·리드건설 등은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전속고발권 폐지가 무산된 만큼 의무고발요청권은 더 활용될 측면이 있다”면서 “그러나 의무고발 요청을 늘리기 위한 고발요청 결정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 조사 결과와 별개로 고발 대상만 돼도 기업 부담은 커진다. 고발 대상이 되면 공정위는 구성되는 하도급법과 가맹사업법 위반 기업에 벌점 3점을 부과하게 된다.

하도급법의 경우 최근 3년간 벌점 누산 점수가 5점 초과 시 공공조달입찰 참여가 제한되며, 가맹사업법의 경우 최근 3년간 2회 이상 법 위반으로 조치를 받고 벌점 누산 점수가 3점 이상인 경우 원칙적으로 과징금을 부과한다.

이 때문에 의무고발요청제가 불공정거래 위반 행위에 대한 과도한 형벌주의보다는 행정 처분인 과징금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는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 경쟁 당국에서는 형벌을 부과하지 않고 있다.

중기부가 의무고발 요청 이후 관련 사실을 공표하면서 기업들은 재차 경영 불확실성을 우려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위법성을 고려해 행정 처분을 부과한 사례에 대해 타 부처가 재차 고발을 요청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는 이중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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